내가 걱정거리나 고민의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명확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만큼만 고민하자'이다. 회의 석상에서 코로나 완화 이후 시장의 금리 등 각종 경제지표 변동으로 회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악화되어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원래 우리의 금리 수준은 미국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고 그에 맞춰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져 왔다. 쉽게 말하자면 외국인들이 투자할 때 한국은 미국보다 이자를 더 줘야 투자하지 미국과 같거나 낮은 수준이면 굳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회의는 이런 일련의 걱정거리를 공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 상황이 우려할 상황임은 알겠지만 나의 직접적인 업무도 아니고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없기에 일단 걱정의 대상에서 지우기로 했다.
금융 지주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가 점심을 함께 하자기에 약속을 잡았다. 요즘 내가 모임에 안 나가다 보니 근황이 궁금했나 보다. 그는 입사동기 중에는 과장 승진이 가장 빨라 다른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던 친구였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6개월 정도 남은 은퇴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그는 이제 머슴살이를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위의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는 게 싫어지더란다. 은퇴 후에도 현 직장과 연관된 일할 기회를 찾는 게 보통인데 그 친구는 좀 다른 생각이었다. 그간 많이 지쳤나 보다. 인사, 감사 등의 주로 관리 부문에 근무하다 보니 은퇴 후 자신의 경력은 써먹을 데가 없다는 푸념도 했다. 그는 영업조직 관리라는 한 길을 밟았던 나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이다. 오히려 너무 잘 알다 보니 은퇴 후에도 그 고된 일을 또 한다는 것에 주저함이 생겨난다. 결과적으로 이 또한 고민거리가 아닌 걸로 분류했다. 올해 말로 은퇴가 다가오는 건 현실이다.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럼 어떡하냐고? 근무하는 기간 동안 잘 근무하다 은퇴하면 은퇴 후 삶을 살면 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해야만 했던 일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하고 싶어 하는 일의 비중을 늘려가려 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오후에 반차를 냈다. 50+센터에서 방송장비 실습이라는 과목을 신청을 했는데 하필이면 주중 오후였다. 예전 같으면 근무 시간 중이라 포기했을 강의지만 이제는 끌리면 휴가를 내서라도 들으러 가는 편이다. 나중에 직접 동영상 강의를 만들거나 인터뷰 진행할 때 유용해 보여서다. 우리의 고민은 대부분 지난 일에 대한 후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오늘이라는 시간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지난 일을 후회한들 어쩌겠나, 또한 그때 가서 현실화될지 안 될지 모를 미래의 일을 지금 근심한들 무슨 소용인가. 난 그냥 오늘 하루만이라도 충실하게 보내고자 한다. 아닌 말로 내가 내일 살아 있으리란 보장이나 있겠는가? 그것이 인생이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겠네’란 말도 있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고민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