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코로나 시국에 풀렸던 엄청난 통화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곡물류의 공급 부족이 빚어낸 현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들은 천정부지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시키고 있고, 한국은행도 이에 질세라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0.5% 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1.75%까지 올라 지금은 미국과 같아졌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비슷한 상황을 유추해 보자. 1997년 국가부도사태라던 IMF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금리는 20%가 넘었던 시절이다. 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는 넘쳐났으며 청년들은 취업을 못했다. 자산 가격은 급락했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외국자본들은 국내의 떨이로 나온 기업과 부동산을 주워 담았다. 그때 IMF의 요구로 기업은 부채비율을 낮추어야 했고 그나마 건실했던 회사들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해 직원들에게 돈을 뭉텅이로 나누어 주었다. 부자들은 좋았다. 싼 값에 자산이나 고급진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어 그들 사이에는 ‘이대로’라는 건배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더 혹독한 시절이 온다고 예고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오를 것이다. 그간 부동산을 영끌했던 사람들이 힘들어질 게 뻔하다. 코로나로 이미 문 닫은 자영업자들이 많았지만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비도 성장도 정체될 것인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해결할 방법은 있는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고 미중 패권 전쟁도 중단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낮추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는 미국이 그동안 유지했던 패권을 잃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연 그리 할 수 있을까? 당분간 큰 놈들의 기싸움에 작은 나라들이 힘겨운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물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건지, 사회적 직위나 명예를 얻고 싶은지 이도 저도 아니면 옛 고승들처럼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싶은 건지 찬찬히 살펴보자.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나마 은퇴를 앞두고 어느 정도 정해놓고 보니 앞으로 닥칠 상황을 좀 편하게 보게 된다. 이런 그림을 그려본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 머물면서 해안가 산책과 글을 쓰는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내가 큰돈을 들여 집을 구입할 이유는 없다. 나는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거니까. 욕망을 명확히 하면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