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 무슨 일 하세요?

by 장용범

<직업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다가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제일 중요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책에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본 인간의 핵심 동기는 크게 “돈”, “자유”, “의미”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유”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일단 어느 정도 “부”를 형성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 같은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1. 우리는 성장하고, 목표를 좇으며, 분투하려는 성향을 자연스럽게 타고난 존재이다.

2. 우리는 그러한 충동을 따름으로써 보다 가치 있는 일을 창출할 수 있다. ___ <직업의 종말> 중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문인협회에는 여러 시인들이 계시다. 사실 시를 짓는 것을 생업으로 삼기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기에 주변의 시인들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거나 이미 은퇴한 상황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다. 그중 참 멋진 삶이다 싶은 분은 회장님인데 종합상사를 거쳐 일반 기업의 임원으로 정년을 맞이했고 지금은 한 달의 반은 서울의 집에서 나머지 반은 속초 바닷가에 있는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다. 나를 만날 때마다 밤새 시를 쓰고도 이튿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참아가며 “돈”이라는 현실에 오랫동안 매여 지내셨으니 그만한 호사를 누릴 만도 하시다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에 이를 수밖에 없다.

1.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2.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하는 것을 한다. <직업의 종말>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게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안다는 것은 여러모로 방향 설정에 도움은 된다. 예전에 함께했다 다른 곳에 이직한 지점장이 찾아와 점심을 함께 했다.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한 덕분에 완전 달라진 모습이었다.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은 영업이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했다. 영업은 버티기만 하면 실패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시간이 자유롭고 만남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은 체증적으로 늘어나니 자신이 인맥의 허브가 되어 사람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기도 한단다. 그리고 사람을 만날수록 자신의 영업스킬도 점점 올라간다며 영업 예찬론을 펼쳤다. 요즘은 모바일 영업환경이 좋아 굳이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어 더 여유롭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떤 이는 책상 자리 하나가 자신의 우주인양 집착하는데 싶어 참 달리 보였다. 그 지점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하는 게 뭔지 찾는 것도 좋지만 일부러 멀리서 찾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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