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 증여식의 비즈니스

by 장용범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했던 대학 동기가 기간이 만료되어 퇴사한다고 했다. ROTC 동기인 그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친구이다. 보통의 ROTC 장교들이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데 그는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었다. 서로의 활동영역이 다르다 보니 연락도 거의 못했는데 오랜 군생활 끝에 영관급 장교로 전역을 하고서 재취업한 곳이 내가 근무하는 회사였다. 그의 업무는 군납 관련 일이었는데 주특기가 병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게 벌써 3년 전이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같은 나이다 보니 계약기간에 맞추어 나보다 조금 먼저 은퇴를 하는 것이다. 점심 약속을 하고선 식당 예약을 하려니 좀 조용히 대화할 만한 곳이 없었다. 서울의 점심시간은 모든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식당들이 거의 시장통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문득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가 점심 한 끼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하기에 간단히 식사도 하고 조용히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도서관만 한 곳도 없을 것 같았다. 그를 차에 태워 남산에 있는 도서관으로 갔다. 산 아래 빌딩에는 점심시간이라 소란스럽겠지만 남산에 위치한 평일의 도서관은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했다. 우리는 도서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20대 청년시절에 만나 세월을 훌쩍 넘어 50대에 마주한 인연이니 참 각별한 사이이다. 그는 평생을 군에 머물다 전역 후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나의 조언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해했다. 나는 오히려 별 탈 없이 잘 적응하고 퇴사하는 친구가 고마웠다. 근무하는 계열사가 달랐고 그의 업무는 출장이 많았던 관계로 가끔 안부 정도를 묻는 사이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했던 면도 있었다.


뭘 할 거냐고 물으니 군납 컨설팅 업체에서 몇 군데 오라는 곳은 있는데 좀 쉬었다가 생각해 볼 참이라고 했다. 결국 국방부나 군을 상대로 한 영업 아니겠냐고 한다. 현직에서 퇴사한 사람들을 업체가 부르는 대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인맥 또는 의사결정의 내부 흐름을 아는 이를 통한 기업의 사업 확장성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비즈니스를 떠올리면 투입비용 이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그런데 예수나 싯다르타를 떠올리며 좀 황당한 비즈니스를 상상해 본다. 그분들은 대체 어떤 비즈니스를 하신 것일까?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게 교육사업 같다.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일러주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하신 것을 보면 교육사업과 가장 비슷한 면이 있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인 것 같지도 않다. 예수나 싯다르타가 강의실 때문에 고민하고 수강생이 줄어든다고 걱정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일종의 증여 방식의 교육사업이었다. 인류학자들 은 경제활동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방식은 교환이 아니라 증여라고 한다. 주고받는 교환 방식이 보편적인 세상에 증여 방식의 비즈니스는 그냥 황당하기만 한 걸까? 비즈니스는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실행방식이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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