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가끔 어떤 사회적 현상을 보고 수용이 안될 때 나도 늙었나 보다 싶다. 그중 하나가 지하철 역 벽면에 크게 걸린 아이돌의 생일 광고다. 처음엔 소속 기획사에서 내건 광고인 줄 알았는데 그게 팬클럽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낸 광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이해가 안 되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싶어서다. 그런데 내 딸아이가 아이돌 공연 보러 가려고 큰돈을 쓰기도 하고, 조잡해 보이는 조명등을 거금을 들여 구입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 애들은 그런가 보다 싶었다. 부모 생일은 그리 챙기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연예인 행사에는 열광하는 요즘 세대의 모습을 보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건 지금의 시대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긴데 난 도무지 수용이 잘 안 된다.
‘포켓몬빵’도 그렇다. 이 빵을 사러 10시에 오는 편의점 탑차를 기다리며 아침 7시부터 줄을 선다는 말에 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고 이 역시 낯설다. 이럴 땐 내가 늙은 기성세대 같다. 한쪽에선 열광하는데 나는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대중적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건 그들의 사고가 나와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한 때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 내 기억의 저편을 소환해 보았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좋아하는 팝송을 녹음하기 위해 ‘이종환의 디스크쇼’,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을 공테이프에 녹음하던 기억이 있긴 하다. 그리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간격은 영원히 메울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건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힙합은 가사 내용도 못 알아듣겠고, 장기하의 무표정으로 읊조리는 노랜지 푸념인지 모를 음악을 들으면 그냥 헛웃음만 난다. 동시대의 음악이 낯설어지면 난 연식이 좀 된 사람이다. 이해가 안 되니 굳이 이해하려고는 않고 그냥 저런 노래도 있나 보다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는 직장의 상사들이 젊은 직원들을 이해하려고 당시 유행하는 노래를 배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언감생심 따라 부르기도 힘들뿐더러 가사 기억도 어려운 노래들이다. 그러니 그냥 다르네로 끝날 문제다.
아이돌의 노래와 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퀴즈를 통해 본 가수들의 상식 수준을 보면 정말 이해를 못 할 수준이다. 이혼을 한 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방송에서 희화화하는 모습도 그렇고, 자신의 문제를 굳이 대중이 보는 공개방송에 들고 와 오픈시키는 마음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SNS나 유튜브 등 통신 도구는 발전하였으나 그 속에 오가는 내용들 대부분은 굳이 내가 이걸 알아야 하나 싶은 게 많다. 그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가 왜 그리 재미있는지, 손흥민이 공을 잘 차서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 대체 내가 좋을 게 뭔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너무 쉽고 편하게 접하다 보니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지 못한다. 인간의 주의력이 무한정의 자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걸 받아들이지만 허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외부의 정보나 콘텐츠에 대한 수용을 좀 통제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