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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 공부하기 좋은 나라

by 장용범

학습(學習)이란 한자어 그대로는 “배워서 익힌다”는 뜻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나 그 잠재력의 변화.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라는 다소 긴 문장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변화의 지속성이다. 그러니 학습은 이전과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배워도 소용없다는 말은 변화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동물들도 학습의 과정이 있겠지만 특히 인간에게 학습이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학습의 방법도 변하게 마련이다. 옆에서 직접 가르치는 도제식 방법이 학습의 시작이겠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노동자를 대량으로 공급할 필요가 생긴 후로는 예비 노동자를 교실에 몰아넣어 한 번에 교육시켜 현장이 요구하는 인력으로 충당시켰다. 이렇듯 공교육의 시작은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그렇게 대량의 인력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아무리 배워도 산업현장에 써먹을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얼핏 보기에 배워도 소용없는 시대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습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취업 도구 이상의 그 무엇이 있어야 개인의 학습도 지속될 것이다.


요즘은 대학도 자유전공이라는 게 있다. 미리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전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배우고 싶은 과목들로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고등학교 과정도 기능을 가르치는 학원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지 않고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이제 학교 학습도 변모하는 분위기인데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구성하는 식이다.


8월 초가 되니 2학기 준비과정인지 교육 프로그램 안내 문자가 많이 날아온다. 그간 어떤 교육이든 받았던 곳인데 나의 교육이력이 남아 있어서다. 무척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새삼 나라에 고마움이 크다. 이토록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을 국가보조로 무료 아니면 약간의 자부담으로 받을 수 있어서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관련 교육은 어떤 형태로든 받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내일배움카드’를 유용하게 써먹는 편인데 이미 꽤 많은 교육을 이수하였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센터도 좋은 교육기관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 등 사실 개인이 교육을 원하면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뭘 할지에 대한 자기의 방향성과 배우려는 의지의 문제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움직이면서 방향을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중에 새로운 인연이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반기에도 몇몇 교육을 신청해 본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온라인 상에 판매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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