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남의 물난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잘 산다는 것을 광고할 일이 아니겠다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도 요즘 침수피해 났다면 부자라는 말도 한다. 피해를 본 사람 중에는 부자들의 페라리나 외제차의 침수도 있겠지만 보도된 것처럼 반지하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피해액으로 산정한다면 반지하보다는 페라리의 침수 피해가 더 컸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강남이라 하면 부동산이 떠 오르지 수재민이 먼저 생각나지는 않는다. 지역 특색이 가지는 이미지가 이렇듯 강렬하다. 그러니 강남 수재민을 돕자는 말은 마치 소작농이 지주를 돕자는 말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보다 잘 산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불행에는 그다지 동정심이 생겨나지 않는다. 페라리가 물에 잠겼다고 슬퍼하는 차주를 위해 수재 의연금을 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리 보면 부자들은 한편으론 외롭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자기 돈 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비단 돈만 아니라 남의 자랑을 듣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예전 회사의 위탁교육으로 외부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수강생들의 직장은 다양했는데 대부분은 조직의 국장 아니면 팀장급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건설업을 하는 대표님이 한 분 계셨는데 거의 자수성가형이었다. 우리는 야간 수업을 마치면 맥주를 한 잔씩 하고 헤어졌는데 이 분이 끼면 분위기가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분은 자리에서 오직 자기 돈 자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은 점점 그를 피하게 되고 그분은 분위기를 파악한 후로는 거의 출석을 안 하셨다. 그 사장님의 자랑을 요약하자면 자신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들어간 당신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식이었다. 누가 들어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것 같았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자랑이 많은 사람은 무언가 결핍이 있는 사람이다. 인정을 받고 싶고 인정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랑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건 인정보다는 거부감이다. 심지어 어디 돌에 걸려 넘어졌으면 좋겠다는 약간 삐딱한 마음도 생긴다. 왜 그럴까? 그건 그의 자랑을 통해 은연중 내가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내가 그 사람보다 더 가졌거나 자랑질하는 것에 별 가치를 두지 않을 때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최고급 양주가 있다고 자랑한들 그리 와닿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자기 자랑을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 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사람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해결책은 스스로가 자기 자랑이 많다는 걸 알아차리는 게 출발점이다. 모르는 것을 고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어릴 적 성장과정을 살펴보는 게 좋다. 형제 중 지나치게 뛰어난 사람이 있어 늘 비교당했거나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좀 외롭게 컸던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부모나 주변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도 ‘사랑 고파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니 어릴 적 그 아이를 떠올리며 꼭 껴안고 어른인 내가 충분히 다독여 주는 것이다. ‘너 많이 아팠겠구나’하면서. 지나친 자기 자랑이나 남의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마음 한편에 사랑을 고파하는 어린아이가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