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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 영업과 민원의 이중주

by 장용범

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보험사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보험사에 근무한다 하면 설계사를 떠올리지만 보험사의 설계사는 지극히 일부인 영업채널이고 실제로는 무척 다양한 부서들이 주어진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보험사다. 그리고 보험사도 기업인 이상 수익을 내야 하는데 보험사의 주된 수익은 크게 세 가지 원천에서 창출된다.


첫째, 자산운용수익이다.

보험은 은행의 예금과는 달리 회사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다. 종신 보험의 경우는 고객의 사망 시까지 보험기간이 정해지니 그 기간이 은행이나 증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혹자는 보험사를 자산운용사라고도 한다.

둘째, 사업비 차익에서 수익을 얻는다.

올해 사업비를 200 정도 예상했는데(예정사업비) 실제 한 해 결산을 하니 150 정도가 쓰였다면(실제 사업비) 그 차익이 수익으로 잡히는 것이다.

셋째, 사차 이익이다.

이것은 보험사가 고객의 사고 시 지급할 보험금의 예상액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 차이로 시현된 수익이다.


은행과 보험사를 둘 다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은행보다는 보험사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이 본다. 그중에서도 손해 보험의 미래가 더 밝은 것 같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기존의 것을 지키며 리스크를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통계 수준이 고도화되다 보니 보험산업은 더욱 발달하게 된다.


보험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직원들이 영업을 하러 입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보험사의 다른 업무들 즉, 기획, 자산운용, 관리 등의 업무를 예상하고 입사한다. 그러면 실제 영업은 누가 하는가? 주로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 개인 사업자에 속하는 설계사나 대리점, 은행이나 증권 등의 방카슈랑스에 영업을 의뢰하고 그들에게 영업 수수료를 지급한다. 은행 직원들을 보험사의 입장에서 보면 대리점의 보험 모집인 신분인 것이다. 그러니 금융권에 정규직으로 진로를 잡는다고 하면 나는 은행권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창구 고객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영업 목표가 주어지고 성과별로 소득 격차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금융에 인공지능이 도입된 자동화가 진행되면 업무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면 보험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는 어떤 것일까? 영업관리와 민원업무이다. 두 업무는 모집인과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대졸 공채로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이 영업이나 민원업무를 직접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영업분야는 아웃소싱이 보편화되었지만 요즘 내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민원 업무이다. 작년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사에 대한 불완전 판매 규제는 대폭 강화되었다. 이후 시장에는 ‘민원대행업체’라는 새로운 업종이 생겨났고 고객을 대신해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에 민원제기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이제는 변호사까지 영입해 합법적인 용역업체로 발전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지만 어찌 보면 금융사도 그들의 민원에 대응할 아웃소싱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것은 법적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문제지만 영업을 하는 모집인들이 소득 때문에 불완전 판매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밖에 없음을 상기한다면 그들을 통해 발생한 민원에 대응하는 회사의 대응 아웃소싱은 어쩐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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