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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그를 빛나게 하는 일

by 장용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꽤나 강렬한 욕구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 중 생리적 욕구(의식주 해결), 안전의 욕구(보호, 재정, 건강 등), 소속과 애정의 욕구(친구, 가족, 직장 등)가 채워야 할 ‘결핍 욕구’에 속한다면 존중(명예, 인정, 존경 등), 자아실현(더 나은 인간)은 ‘성장 욕구’에 해당된다. 욕구 단계의 상층인 4단계 속할 만큼 높은 차원의 욕구이긴 한데 여기에 이른 사람은 많이 불편할 수도 있다. 국민 MC라고 하는 유재석 씨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우선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시선을 견뎌야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불편하고, 카페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라도 하면 주변에선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를 기울일 것이다. 지나가면 수시로 휴대폰을 꺼내어 그의 사진을 찍어대고 편의점에 가서 물건 하나 살 때도 늘 사람들을 의식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삶이 과연 좋다고만 할 것인가?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는데 인기의 정상에 선 사람들은 자유를 열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가 보다. 더구나 인기란 영원하기가 어려운데 이미 정상의 맛을 본 사람이 대중의 외면을 받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좋아 보이는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이나 존경의 욕구는 인간의 강렬한 욕구임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을 인정받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는 어떨까? 즉, 남을 인정해 주고 그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경우를 말한다. 이는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시장성이 커 보이는데 세상에는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은 늘려 있으니 시장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BTS의 한 멤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 대표인 방시혁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정받고 싶은 누군가를 성장시켜 나도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일이다.


어제 오랜만에 퇴근 후 혼자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다. 한동안 발길이 뜸했는데 내부 구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꽤 넓었던 푸드코트 자리가 스타벅스로 바뀐 것이다. 책 한 권, 노트 한 권 사들고 자리 잡고 앉아 이런저런 낙서로 끄적이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사람을 성장시켜 인정받도록 하는 일이었다. 이 일은 내 적성에도 맞는 것 같은데 기획을 하고 필요한 자원을 투입해 실행하는 것은 오랫동안 업무를 통해 체득된 일이다. 그러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주식으로 치면 일종의 가치주이다. 이미 상당한 역량을 갖추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기획과 실행이다. 요즘은 각종 SNS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덕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따라 대중성도 확보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니 훌륭한 인재들이 더러 보인다. 이것은 새로운 일에 대한 가능성이다. 연예기획사와 비슷하지만 아이돌 후보자가 아닌 전문성 있는 일반인을 후보자로 하는 것이다.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따라 꽤 재미난 작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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