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을 맞아 본가에 왔다. 아내의 시댁 나들이는 늘 잠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다. 아내는 7시쯤 일어나는 편이데 부모님은 새벽 4시면 어김없이 하루를 시작하시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 시간에 불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시고 아버님은 거실을 오가는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신다. 나 역시 그 시간이면 눈이 떠지는 편이라 별 불편함이 없지만 아내는 이런 본가의 아침을 무척 힘들어한다. 그렇다고 두 분에게 귀한 며느님 주무시도록 아침에 좀 조용하시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부모님은 평생을 그리 살아오셨다. 예전에 어머님께 어릴 때는 그래도 늦잠 좀 주무시지 않았냐고 했더니 웬걸 외할머니도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단정한 쪽머리로 아침밥 짓고는 팔 남매를 깨웠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일어났을 때 모든 게 준비되어 있던 엄마의 단정한 모습이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좋은 사례일 것 같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속담을 농경시대에나 맞는 말이라며 현대의 다양한 생활양식에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경험에 비추어 그 속담을 신뢰하는 편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 경우가 늦게 시작한 때보다 훨씬 알차게 보낸 경우가 많아서다. 새벽 시간은 참 귀한 시간이다. 이 시간은 책을 읽어도 좋고 글을 쓰도 좋다. 아니면 기도나 조용한 명상을 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활동적인 하루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유라시아 견문록>의 저자 이병한 교수와 사석에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분도 주로 새벽에 글을 쓴다기에 깊은 동질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새벽의 정적인 활동을 마치고 아침 운동을 나서는 것도 좋다. 가능하면 해돋이를 보려고 하지만 문제는 해 뜨는 시간이 나의 일정과 달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일찍 뜨고 겨울에는 늦게 뜨니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나로서는 매일 같은 시간 산에 오르더라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계절은 정해져 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을 만들었지만 자연은 인간의 시간과 무관하게 돌아간다.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길지만, 여름은 낮이 길고 밤이 짧다. 인간들이 자연의 섭리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루의 활동을 몇 시부터라고 하지 않고 해 뜰 녘에 시작한다는 식인데 여름에는 좀 일찍, 겨울에는 좀 늦게 시작하는 것이다. 여름철 한낮의 뙤약볕에는 쉬도록 하고, 겨울철은 활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다. 지금의 환경 문제는 인간들이 자연에 순응을 않고 더 많은 활동을 해서 생긴 문제일지도 모른다. 여름철 더울 때는 쉬어야 하는데 에어컨이란 걸 만들어 시원하게 해서 일을 더 하고, 겨울철에는 추위에 좀 움츠려들며 조용히 보내야 하는데 히터와 난방기로 공기를 데워 똑같이 활동을 하니 기온 환경을 바꾸는데 들어간 에너지와 쾌적해진 환경 속에서 다시 생산을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니 지구 생태계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름에는 좀 일찍, 겨울에는 좀 늦게 시작하는 식으로 인간의 시계가 아닌 자연의 시계에 맞는 삶만 살아도 어느 정도 지구환경은 보전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