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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전문성이 퇴색하는 시대

by 장용범

삼국지의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자신의 무기로 지녔다. 장비는 장팔사모, 여포는 방천화극을 썼다. 청룡언월도의 무게가 82근이라 하니 실제로 사용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나타나는 관우의 등장 모습은 읽는 사람에게 든든한 믿음을 준다. 이처럼 주 무기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신뢰를 얻는 좋은 조건이 된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국책은행 연수원의 어떤 교수님과 알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분을 뵈면 통화와 경제에 관한 전문성이 대단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에 너무 몰입한 탓인지 다른 것에는 거의 신경을 끈 듯한 모습을 비칠 때가 많았다. 이를테면 드레스 코드나 대화의 방법 등 잠시 접해 봐도 좀 남다른 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오직 한 가지에 몰두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것이 외골수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분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무척이나 발휘하고 싶어 했지만 그분을 찾아주는 사람은 없어 그럴 기회는 없었다. 어쩐지 그분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느낌이었다.


요즘 들어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직업군에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의 많은 직업군 가운데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군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다. 대부분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대표적인 전문 직종인 의사라는 직업을 보자. 그것도 의사의 실력이라기보다는 값비싼 의료장비의 검사 결과를 데이터로 받아야 전문성을 발휘하는 걸 보면 꼭 그 자리에 의사가 필요한가도 싶다. 오히려 전문 AI가 진단이나 약 처방은 더 잘할 것 같아서다. 오히려 의사라는 직업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기능적 요소가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 직업은 은퇴시기가 따로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는 그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체증적으로 쌓여간다는 의미이다. 결국 경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제 웬만한 정보는 검색하면 드러나는 세상이다. 미래 사회의 중요성은 서로 연결 짓는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한 생태계 내에서 살아가도록 시스템화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금은 자신이 의사 면허가 없더라도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설립하는 세상이다. 어떤 능력이 없다고 그 일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해야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스로 구축해 둔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 직접 돈을 버는 사람은 자신이 다치기라도 하면 수입이 끊어지지만 시스템으로 버는 사람은 그와 상관없이 수입은 생겨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부자들은 스스로 돈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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