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두 번째 온라인 마케팅 강의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강의는 열정적인 강사님과 주말 밖에는 시간을 못 내는 수강생들이 엮어내는 한 편의 교향곡 같았다. 은퇴 이후 작가로 활동하며 콘텐츠 관련 일을 하기로 한 이상 온라인 마케팅은 꼭 한 번 거쳐야 할 과정이라 여겼다. 수강생 대부분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데 비해 나의 경우 제법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 온 터라 고민이 좀 더 깊을 수밖에 없었다. 상업용 블로그와는 달리 퍼스널 브랜딩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수강생들 중에는 유일했다. 다른 이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마케팅이 목표임에 비해 나는 앞으로 론칭할 작가라는 타이틀에 과거의 경험과 경력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온라인상에 사용할 닉네임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검색창에 자신의 닉네임을 쳤을 때 제일 먼저 결괏값으로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는 ‘스티브 장스’라는 닉네임인데 세상 유일하게 나름 잘 지었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검색창에 ‘스티브 장스’라는 이름을 치자 결과치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관한 내용이 튀어나왔다. 똑똑한 검색엔진이 나의 닉네임을 ‘스티브 잡스’의 오타라고 인식한 결과였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 고민 끝에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안정된 자유인’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정했다. 블로그 명도 ‘안정된 자유인, 장 작가’로 정하고 표지도 수정했다.
다음은 블로그의 제일 앞에 나올 광고성 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금껏 나의 블로그를 글을 담는 그릇 정도로 여겼지 이를 통해 나를 알린다는 생각은 안 했던 터라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고민이었다. 그리고 나를 광고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고민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한 수강생이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우니 그냥 숨기겠다고 하자 강사님은 그럼 마케팅을 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다. 마케팅을 한다면서 나를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나는 상품도 없이 퍼스널 브랜딩으로 블로그를 구축할 생각이니 나 자신을 알리는 광고 글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냥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블로그는 세상에 나를 알리는 유일한 광고매체인 셈이다. 그래서 광고성으로 작성된 글이 ‘안정된 자유인’이라는 닉네임과 살아온 이력을 연결한 편년체적 짧은 이력서가 되었다. 쓰고 보니 나를 너무 드러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모든 영업이 그렇다. 시장통의 상인들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싱싱한 생선이나 과일이라 크게 외치듯이 나는 내 블로그에 나를 드러내어 마케팅하는 것이다. 다만 매일 글을 보내드리는 분들에게 별 것 없는 내 자랑을 적은 글을 보내드린 것 같아 무척 송구했다.
다음은 카테고리 정하기이다. 강사님은 블로그 상에서 광고성, 정보성, 일상으로 카테고리 구분을 원했는데 나의 경우엔 이미 작성된 글들이 상당했고, 내가 정한 카테고리 방식은 연도별, 월별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카테고리가 계속 늘어나는 문제점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시간에 따른 누적 성장을 보여주는 연도별, 월별 카테고리를 고집하고 싶었는데 이 둘을 만족시킬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강사님과 상의한 결론은 상단에다 주제 중심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하단에는 시계열 카테고리를 펼치지 않고 접는 식으로 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나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2022년 이후에는 연도별 카테고리를 새로 생성 않고 월별 루프형으로 반복하는 식으로 정했다. 1월부터 12월의 카테고리 안에서 연도만 다른 글들이 배치되는 식이다. 나름 괜찮은 생각이다.
이제 문제는 어떤 것으로 주제별 카테고리를 정할 것인가 였다. 광고나 일상 글은 그렇다 쳐도 정보성 글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유튜브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정보성 유튜브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자신이 아는 정보의 바닥이 드러나면 더 이상 전할 게 없게 되고 그때부터 맛집 소개나 엉뚱한 예능 이야기들로 채워져 채널이 점점 이상하게 변질되어 간다. 주말 동안 이런저런 고민 끝에 자유와 안정을 뜻하는 카테고리 이름으로 정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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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느 정도 골격은 세워진 것 같다. 지금껏 무심코 지나 온 타인들의 블로그였는데 그들은 거기에 녹여낸 고민들이 상당했겠구나 싶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