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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뒤통수 세게 맞은 날

by 장용범

마음의 상처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나에게 소리치며 서운하다는 그를 보니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리 하지 않았으니 구성원들을 아우르며 갔어야 하는 나의 잘못도 있다. 어쩌면 저 말은 나에게도 관심 좀 보여 주세요라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은퇴가 좋은 이유는 이제 회사라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불편한 관계들에서 벗어나 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한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봐도 잘 지어낸 말이다. 그 옛날 이 단어를 만들어 낼 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인 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나 보다. 이런 사회적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이 멀리 떠나 혼자 지내는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아마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만일 그것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무리 속에서 그냥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과의 관계와 연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이 문제는 어떡하든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양한 사람들을 아우르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명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옛날처럼 상급자의 권한을 마구 휘둘러 이끌어 가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저변에는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전에 직원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던 한 임원 분이 계셨다. 당시 어느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고충을 넋두리했을 때였다. 그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리더가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방법은 결국 그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한 번씩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기도 하지. 그럴 땐 ’어, 이건 뭐지?‘라며 잠시 멍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떡하냐. 그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다만 다음엔 같은 일로 뒤통수 맞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겠지”


어제 나는 뒤통수를 한 번 세게 얻어맞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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