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마음 쏟느라 뜬구름을 밟고 있지는 않은가?‘ 어릴 때 부터 좀 그런 성향이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남달랐고 그것을 계획으로 나타내며 애써 위안했던 것 같다. 시험을 앞두게 되면 시험을 못 치를까 걱정, 군 입대를 앞두게 되면 무사히 전역 할 수 있을지 걱정, 취업을 앞두고는 행여 실업상태로 머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럭저럭 잘 지내온 편이다. 대부분 염려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때로는 걱정했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별탈없이 잘 지나갔다.
그런데 어쩌다 내 마음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 일에 이리 늘 가 있는 것일까?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두고 보면 내 마음은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Now And Here!’라는 단어에 꽂힌 후로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가 있으려는 마음을 알아차리면 의식적으로 지금 여기로 끌고 오는 편이다. 이런 나에 비해 아내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자주 가있는 편이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에 대해 그때 그러지 않았냐고 물을 땐 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던 둘 다 좋은 현상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이 지금 여기에 몸도 마음도 함께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잘 콘트롤 했다 여겨졌는데 요즘 다시 그런 병이 도지는 것 같다. 부쩍 은퇴 후 하고 싶은 일, 할 일 등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자각했으니 다행이다. 그래서 예전에 지웠던 ’Do!’라는 앱을 다시 깔았다. 할 일을 관리하긴 하는데 지극히 오늘 해야 할 일에 중점을 둔 앱이다. 다시 이 앱을 사용하며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냥 이 하루에 집중하기로 한다.
불가에서는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그리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오직 지금 여기에 머무를 것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렇게 앱을 깔아 오늘 할 일을 리스트해서 하나씩 처리해 가고 있다. 안 그랬으면 그냥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바빴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제법 몇 가지를 처리했다. ’쓱‘하는 소리에 하나씩 지워가는 느낌이 좋다. 개인의 일 정도라면 계획에 너무 시간들이지 말고 오늘 할 일 위주로 아침에 적어놓고 실행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많은 사람은 종종 계획이란 이름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Don’t Worry. Be Happy! 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