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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Oct 31. 2022

641. 소유에 대한 생각

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가운데 ‘소유의 종말’이 있다. 미래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보다는 접속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책이 발간된 지 20년이 넘었고 지금의 온라인 시장의 규모를 보면 그의 통찰력이 어느 정도 현실화된 면도 있다. 하지만 소유를 열망하는 마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인간에게 소유욕이 사라지는 시대가 올지도 의문이다. 미니멀리즘이라 하여 소유를 최소화한다는 트렌드도 있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은 소유를 열망하고 소유를 위해 보내고 있다. 재화는 한정되고 얻고자 하는 이들은 많으니 소유는 늘 경쟁의 영역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소유하였으니 법적으로도 소유권에 대해서는 배타적 지배권을 인정한다. 죽을 때 가져가느냐는 말들은 하지만 살아서는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소유보다는 이용

내가 아는 선배님은 외제 SUV 자동차를 소유하고 계시다. 그런데 나중에 그 이유를 들으니 언젠가 자동차로 대륙을 횡단할 생각으로 구입하셨다고 했다.  과연 그 계획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그런 여행을 한다고 해도 꼭 자신의 자동차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실제로 유라시아 지역을 자주 여행하신 분을 만났는데 여행할 때 본인의 자동차를 이용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분은 그런 식의 대륙 여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셨다. 우선 자동차가 언제 어떻게 고장 날지 모르고 그 부품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신의 자동차로 그 넓은 대륙을 여행하겠냐고 말이다. 자신은 렌터카를 이용한다고 했다. 듣고 보니 대륙을 여행하는 데는 렌터카가 여러모로 유리해 보였다. 어느 거점 지역을 정해 렌터카로 주변 지역까지 여행하고 그 지역을 벗어날 때면 차를 반납하고 기차나 비행기로 다른 거점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렌터카를 빌려 주변 지역을 여행하고 반납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대륙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다녔다고 한다. 게다가 차가 고장 나면 언제든 다른 차로 바꿔주니 여행 일정에도 차질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결국  대륙 여행이 목적이라면 그 선배님의 외제 SUV 소유는 비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다 두고 간다

우리는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소비한다. 인생을 소비한다는 것은 시간을 들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살아있을 때의 편리를 누린다는 말이지 죽을 때 가져갈 수는 없다. 예전에 북경 여행 때 명십삼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능의 큰 규모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안에 연회를 베풀 수 있는 곳을 포함해 온갖 화려한 시설들로 꾸며 놓은 걸 보고는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사후에도 생전의 삶을 똑같이 누릴 거라는 믿음이 있었겠지만 후대의 눈으로 보면 괜한 짓을 한 것이다. 오히려 편히 쉬어야 할 자신의 무덤에 수많은 후대 사람들이 구경 와서 소란을 떠니 그 황제라는 사람은 죽어서도 편치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바닷가 근처에 작은 집을 장만해 글이나 쓰면서 유유자적 보내려는 로망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떨어졌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다. 우선 목돈이 들어야 하고 유지관리에 신경도 많이 쓰인다. 게다가 나중에 그 지역이 싫증 나 옮기려고 하면 이번에는 되팔거나 세를 놓아야 한다. 차라리 한 달 살기처럼 이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았다. 소유는 최소화하고 세상을 경험하고 누리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사는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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