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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02. 2022

642. 거리감이 필요하다

영향을 주는 사람

대동소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게 사람 사는 모양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무리 고립된 삶을 산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내가 불교를 접한 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분은 법륜 스님이다. 스님의 삶의 가치관은 ‘자신의 행복’과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대중들은 자칫 오해할 수도 있다. 종교인이라면 범부 중생을 생각하는 희생정신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은 ‘내가 행복한가‘를 우선으로 둔다고 하셨다.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나를 제쳐두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어불성설이다. 그래야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바둑 격언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먼저 안정되고 나서야 공격이든 뭐든 할 수 있는 법이다. 자기 행복은 인간으로 난 이상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또 한 사람 나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친 이는 내 어머님이시다. 유하신 아버님과는 달리 무척 강한 성품의 소유자 시다. 여든둘의 연세에도 상황을 보는 눈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시는 모습을 뵈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일찌기 종손에게 시집오셔서 집안 대소사를 척척해내셨을 뿐 아니라 아버님의 사업에 든든한 내조를 하셔서 집안을 일구신 걸 보면 존경의 마음이 들 정도로 나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친 분이시다.   

홀로서기

상황이 그러함에도 두 분의 영향력에 거리를 좀 두려 한다. 그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존경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가르침이 아닌 사람에게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려 함이다. 우주에는 끌어당기는 힘, 인력(引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의 인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리면 작은 것은 흡수당해 사라지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 그런데 그 강한 영향력에 자칫 맹신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지 성인이라는 인간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두기

그래서 너의 생각은 뭐냐고 묻는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이다. 영향력이 강한 사람들을 보고 참고는 하되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려는 마음이다. 자신의 인생에 핑계를 대지 말자. 누가 뭐래도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남이 가라는 길을 가다 잘못되면 원망이라도 하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담담하게 수용하는 마음이 나는 법이다. 너무 강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 둠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야 나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다. 만일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면 생명체가 있는 지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무엇에나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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