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났다. 또 하나의 100일을 달성한 것이다. 습관은 관성의 힘이 강한 만큼 웬만해서는 고치기가 어렵다. 100일 전 바지를 입기가 불편할 만큼 나온 복부와 78Kg를 뚫을 것 같은 몸무게에 제동을 걸 필요가 생겼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덜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인데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먹기를 즐기는 나였지만 역시 투입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 유튜브를 보는데 김민식 PD가 간헐적 단식으로 10일 만에 8킬로를 감량했다는 말에 열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안 마시게 하는 방법은 술을 이기려 하지 말고 피하는 것이라 했다. 술집에 가서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술집을 돌아서 가는 것이고 눈에 술병을 안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변화를 주려면 먼저 그런 환경설정이 필요했다. 나의 환경설정은 세 가지로 조성했다.
첫째, 내가 컨트롤 가능한 조건을 선정했다.
간헐적 단식은 16시간 공복 유지, 8시간 공복 유지가 핵심으로 보통 아침이나 저녁을 안 먹는 것으로 한다. 직장에 다니는 나의 경우 저녁시간은 워낙 다양한 변수들이 많아 아침을 안 먹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16시간 공복 유지를 목표로 했다.
둘째, 3단계 목표 설정 및 과정 관리이다.
1차 목표는 3일간 지속하기, 2차 21일, 3차 100일로 설정하였다. 100일이 가장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3일이나 21일간의 지속이 더 어려운 법이다. 내 몸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금단증상이 가장 심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의지를 믿지 말고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학생이 공부를 할 때도 집을 벗어나 그냥 도서관을 가는 게 나은 이유이다. 좀 크다 싶은 목표는 잘게 나누는 게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습관의 변화는 3-21-100일의 원칙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셋째, 목표를 공개하고 달성 시마다 선물하기
혼자서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듯이 100일은 좀 먼 거리였다. 나의 목표 달성에 제3자를 개입시킨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1,2,3차 목표 달성 시마다 작은 선물을 하는 것으로 했다. 이번에는 매일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씩 돌리는 공약을 했다. 카톡 방에서 응원도 받지만 못하면 쪽팔리는 상황을 만들어 둔 것이다. 그리고 각 차수별 과정 관리에 집중했다.
100% 달성 수준은 아니다. 전날 과음으로 인한 속 쓰림으로 아침을 2-3번 먹었고, 저녁 자리는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족은 한다. 100일 전 76.75Kg에서 지금은 72.25Kg로 평균 4Kg는 빠진 셈이다. 김민식 PD의 8일 만에 10Kg 빠졌다는 말에는 살짝 의심이 든다. 하지만 술을 안 마시고 저녁을 안 먹으면 그럴 수도 있을까 싶다. 보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성과는 분명 있었다. 다만 뱃살은 생각보다 빠지지 않았다. 술 때문인 것 같다. 100일간의 간헐적 단식으로 다음의 결과를 내본다. 투입량을 줄이면 살은 빠진다. 식사를 하다가도 적정선에서 멈추게 되었다. 일종의 먹는 것에 대한 깨어있음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이것도 수행과 비슷함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