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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04. 2022

644.  혼자 먹고 싶을 때

매번 그러진 않지만 가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할 때면 직원들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따로 혼자 가서 먹을 때가 있다. 점심 한 끼 먹으려고 늘어진 줄을 서기도 싫고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때이다. 30분 정도만 늦게 가도 최상층의 구내식당에서 먼 경치를 감상하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상대의 밥 먹는 속도에 맞춰야 하는 약간의 스트레스도 벗어날 수 있다. 직장 내에서 혼밥을 하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할 시기는 아니다.

나는 혼밥이나 혼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혼밥은 2008년도 어느 날이다. 당시는 가족들은 지방에 남겨두고 혼자 서울에서 생활하던 때였다. 그날은 휴일이었지만 집에는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남기로 했었다. 오후쯤 되니 비가 잔잔히 내리는데 삼겹살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집 근처 식당에 가서 삼겹살 2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켜 조용히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주인아주머니가 다가와 내 불판의 삼겹살을 구워주며 말을 붙이셨다. 나는 그냥 혼밥에 혼술을 하고 싶었는데 다소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12년 전이니 당시는 혼밥이 드물기도 했고 특히 삼겹살을 혼자 구워 먹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긴 했다. 나중에야 혼밥의 최고봉이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 후 시간이 좀 흘러 대학가를 중심으로 혼밥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신촌의 어느 우동집은 혼밥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칸막이를 쳐준다기에 궁금해서 실제로 가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는 사회적으로 혼밥이 서서히 도입되던 시기였나 보다. 그런데 칸막이를 친다는 게 오히려 더 불편했는데 꼭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회사 방송에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우리는 앞으로 혼자 살게 될 거라며 혼밥, 혼술을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혼밥, 혼술 이력은 꽤 오래된 셈이다. 요즘은 SNS가 발달되어 혼밥, 혼술 하기 싫으면 같이 할 사람을 모으기도 한다는데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혼밥을 하고 싶을 땐 혼밥, 같이 먹고 싶을 땐 같이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혼밥에 혼술을 해야 한다면 왠지 삶이 외롭고 피폐해질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오직 나를 위해서만 내가 준비하는 것은 재미가 덜하다. 인생은 혼자 또는 함께가 적절히 섞일 때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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