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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11. 2022

648. 집단성이 균열되는 사회

‘강한 존재에게 의지하려는 의존성이 약해졌고 대신 독립성, 개체성, 자아정체성이 생겨났다’_류량도 <성과사회>


집단성의 균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조용히 그만두기’를 대표하는 한 구절은 ‘Your Work is not Your Life’이다.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개인에게 동기부여하는 수단은 ’돈과 직위‘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 인간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다. 어쩌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에 대한 성취감이나 보람 같은 무형의 요소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그만두기‘는 일이 자신의 인생에 개입하는 정도를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회사에서의 일은 최소한의 규정 정도만 맞추는 수준으로 하고 그 이상의 개인의 열정 제공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면 회사가 잘 돌아갈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규정만 맞추는 일하기 사례


* 9 To 6  

일찍 출근하지 않는다. 9시 정각에 출근해 12시까지 일하고 점심 먹고 1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한다. 야근을 해야 한다면 시간외 근무 수당을 요구하고 안 주면 그것도 않는다.  

* 보너스나 승진

굳이 그것 때문에 더 열정을 쏟지는 않는다. 좀 덜먹고 덜 쓰면 되지 그래도 먹고는 살만하다.

* 직장 내 갑질 고발

직원의 이런 행동에 상사가 모욕적 언사나 부당한 처우를 한다면 그를 직장 내 갑질로 고발한다. 만일 회사가 그에 대해 미진한 조치를 한다면 다시 외부 인권 기관에 신고할 것이다. 아니면 성희롱으로 신고하면 그를 한 방에 날릴 수도 있다.

책임자가 어려운 시대

아무래도 직급이 낮은 사람보다도 높은 사람의 책임이 무겁다. 구성원을 포함 가용한 자원으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부담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성원들이 ‘그래, 너는 열심히 해라. 나는 나대로 간다’는 식이면 조직의 목표 달성은 어렵다. 이럴 때 리더십이 필요한데 지금의 세태는 상사가 하란다고 그냥 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책임자가 리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직 대통령을 대하는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들을 보면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성과사회>라는 책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국가와 조직 중심의 집단적 사고와 행동에 익숙하던 개인들이 변화했다.’

‘사회적 인식의 기본단위가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

‘개인은 근대성의 중요한 지표인데 이제 일방향으로 흐르는 정보의 시대는 끝났다.’

가끔 직장 내 갑질로 조치되어 대기발령을 받는 책임자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대부분이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저들에게는 주어진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그 목표는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기에 구성원들을 다그쳤을 것이다. 자신이 익숙했던 방식으로 뭔가를 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은 그가 살아왔던 예전의 직원들이 아니다. 이미 상당히 개인화되어 부당하다 여겨지는 것에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한 번 저런 조치를 받았던 책임자는 이제 직장 생활에 움츠려든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회사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내 실리나 챙겨야겠다며 또 다른 ‘조용히 그만두기’편에 서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부딪치는 과도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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