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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15. 2022

650.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_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중에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가능하면 하는 편이다. 그게 나중에 후회가 좀 덜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순전히 개인의 영역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번 주 부터 진행하려던 비영리단체의 세미나 하나를 취소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두 달 전이었나 보다. 크라스키노포럼의 대표단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루소포비아(유럽의 러시아 공포증)에 관한 세미나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결정이 되면 실무적인 일을 진행해야 할 나로서는 좀 우려가 되었다. 세미나의 성공은 참여자가 얼마나 모이느냐에 달려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원이 모일 것 같지 않아서다. 그래서 대안으로 줌 온라인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었지만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은 기어이 오프라인을 고집하셨다. 이러면 일이 좀 복잡해진다. 장소 대관 부터 홍보와 진행까지 모든 게 나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간 틈틈이 진행준비는 마쳤고 월요일 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했다. 어제 최종 참석 인원을 파악해 보니 달랑 3명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행사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대관 예약에 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현실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조직에 있다 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를 종종 겪는다.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작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일의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한 경우이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미루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야 할 것도 분명 있다. 대개 이런 일들은 결과가 좋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개인의 경우엔 해당되지만 조직이나 단체의 일은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다. 다수결에 의해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으니 개인의 책임은 덜 하겠지만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그 조직이나 단체의 체력은  급격히 위축되고 만다.

조금 시니컬한 관점일수도 있지만 나는 회사나 정치조직을 이끄는 장(長)들의 순수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조직은 언제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비영리 조직의 열정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와 달리 지나치게 이상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리고 그것이 잘 안 되었을 때 책임 소재가 참 모호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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