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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17. 2022

652. 은퇴자에게 작가 되기를 권함

지천명이 넘었다면 콘텐츠가 분명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군인의 심정이 되어간다. 오랜 직장생활이었는데 정말이지 조금의 아쉬움도 없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영화 ’ 친구‘에 나온 대사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처럼 그만큼 많이 쏟아내었던 것 같다.

논어에 나오는 불혹이라는 나이가 40세임은 익히 알았지만 지천명의 나이가 50세인 것을 새삼 알았다. 적어도 하늘의 뜻을 알 정도의 나이는 못해도 70세는 되어야 될 것 같은데 그게 50세라니 너무 일러 보인다. 불혹이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를 세우는 나이라면 지천명은 세상의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가치를 알게 되는 나이라고 한다. 50세는 오래전 지났으니 그 정도의 식견은 갖추어야 하는데 그냥 나이만 먹은 것 같다. 세상의 보편적인 가치를 알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걸 보고 대강 어떻게 흘러가리란 걸 어렴풋이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천명도 한참 지난 나이지만 은퇴를 목전에 두고 앞으로 일을 대하는 자세를 정리해 본다.


*일을 하다 돈이 벌리는 것은 좋으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는 말자

*일을 하다 인정받는 것은 좋으나 인정받기 위해 일하지는 말자

*맞지 않는 누군가와 억지로 맞추며 일하지는 말자

사람이 살아 있는 이상 무언가는 하게 마련이다. 20대 이후 지금껏 일을 했던 이유는 금전적 보상이 우선이었다. 이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전날 마신 술로 온몸이 힘들어도 이튿날 정해진 시간에 출근은 해야 했고, 폭우가 쏟아져도 일터로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전과 같은 일을 한다고 보상도 같은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땐 관점을 돈보다는 일 자체에 두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찾은 일이 작가라는 직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는 여러 이유로 은퇴자에게 적합한 일 같다.


일단 대부분의 작가들은 수입이 적고 불안정하지만 오랜 직장생활 후 퇴직한 사람들은 그래도 나오는 연금으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다. 조건이 좋은 것이다. 인간은 제한된 생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작품이나 글들은 후대까지 전해진다. 또한 은퇴가 없는 직업이니 평생 명함에다 ’ 작가‘라고 표시할 수 있다. IT기반으로 세상이 진보하다 보니 블로그나 SNS 등 발표할 플랫폼이 널려 있다. 책을 내고 싶으면 재고 없는 POD(Publishe On Demand) 방식으로 진행하면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려우니 내 작품을 세상에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욕심만 내려놓으면 된다.

여기에 자신의 콘텐츠가 있으면 유료 강의도 할 수 있다. 전자책 한 권에 29만 원짜리를 본 적이 있는데 하루 매출이 2억 원이었다. 지금의 시대는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작가는 어딘가에 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직업인 데다 직업의 진입장벽이 낮다.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만 하면 되고 발표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면 저자가 된다. 작가들의 모임은 건전하고 재미가 있다. 모이면 작품을 이야기하고 연세가 든 분은 원로로 대접하는 분위기이다. 은퇴를 할 나이면 세상을 살 만큼 산 나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콘텐츠가 있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정리해서 세상에 발표하면 된다. 다만 내 글이 세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만 내려두면 된다. 지금껏 남에게 잘 보이려고 맞추며 살았는데 은퇴 후 작가를 하면서까지 그렇게 남의눈에 맞추려고 전전긍긍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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