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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명예퇴직(이하 ’명퇴‘) 신청 문서가 떴다.
직장을 너무 오래 다녔나 보다. 옆의 직원이 퇴직을 무림고수들이 들끓는 바깥세상에 나가는 것에 비유하며 불안하지 않냐고 했다. 그런데 불안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군을 전역 후 선배의 소개로 우연히 지원한 직장이었는데 어느덧 30년 넘게 근무했다. 나에게는 우연이었지만 내가 모르는 더 큰 섭리로 보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감사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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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웹 소설에 빠져있다. 현재 듣고 있는 웹 소설 강의 과제인데 맛보기로 20편 정도 읽고 나니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져 회당 100원이라는 돈을 아낌없이 쓰게 된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처럼 재미나고 감질나게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웹 소설 분야는 내년도 진행할 나의 도전 과제로 선정한 터라 진행은 할 것이다. 순수문학과는 또 다른 매력은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고 오로지 ‘문피아’나 ‘카카오 페이지’같은 플랫폼에서만 유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전개 방식도 기존 순수문학과는 사뭇 다르다. ”엉, 갑자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뜬금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300회 연재는 기본일 정도로 초장편 장르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작품들에 대한 독자의 호불호도 명확하지만 종이책 소설처럼 공유가 안 된다는 의미는 콘텐츠 유료화로 작가에 대한 처우도 높다는 것이다. 이건 해 볼만하다. 지난 30년의 직장 생활을 녹여낸 현대 판타지 형식의 웹 소설 스토리 전개, 구체적인 실체가 안 잡히지만 시놉시스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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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길, 곱창과 소주를 한 병 샀다. 30년 전 푸르던 청춘은 이제 명퇴를 신청할 시기가 되었다. 당시 퇴직하시던 선배님 한 분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이 직장에서 잘 벌어먹고 나가지만 너희들은 앞으로 어찌할래? 쯔쯧, 직장 생활이나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걱정된다.” 그때가 1991년 9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