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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22. 2022

654. 참으로 고마운 회사

선택의 순간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되는 거예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바로 삶의 질을 결정 지어요.“ 드라마 <미생> 중에서

하루하루 참 많은 선택들이 있다. 아침에 잠을 깨서는 ’지금 산에 갈까, 좀 더 잘까?‘부터 ‘점심으로 뭘 먹을까?’처럼 작은 선택들도 있지만 ’회사를 그만둘까, 말까?‘ ’이제 도저히 못 견디겠으니 저 강으로 뛰어내릴까 말까?‘처럼 큰 선택도 있다. <미생>은 참 좋은 드라마였다. 비록 오래전에 종영되었지만 저 대사는 지금도 기억한다.


좋은 선택에 대하여

좋은 선택이란 어떤 것일까? 현재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과거의 어떤 선택은 오늘을 있게 한 잘한 선택이 되겠지만, 지금 불행하고 힘든 상황이라면 잘못된 선택이 된다. 그러기에 선택은 잘 한 선택, 잘 못된 선택이 있기보다는 선택 후 사안을 어떻게 전개하여 지금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대표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이미 지나버린 일,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선택 후 일을 진행할 때 이런 것들에 노심초사하면 괜히 헛심만 빼는 결과를 낳는다. 할 수 없는 일에는 나의 에너지를 줄이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에 생각이나 마음을 두는 것이 과거의 어떤 선택을 현명한 선택으로 만드는 비법이다.

나의 회사 이력

어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나의 명퇴 신청을 아는 어느 부장이 ”참으로 열정적으로 일하셨는데 회사로부터 적절한 대우는 못 받으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돌아보면 나의 직장 생활은 굴곡이 참 많았다. 책임자 승진은 밀리지 않았지만 설계사 조직관리를 하면서 관리 책임을 져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일부 건들도 있다. 그런 이력은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니 그때 그 일을 지원한 나의 선택은 잘못일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3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어떤 선택은 결과적으로 나를 힘들게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회사에 감사한다. 빈말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그 일을 수행하는 동안 더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오랫동안 돈도 받으며 회사라는 학교를 다닌 것이다.  


성장의 기회를 준 고마운 회사

지금 근무하는 회사는 오너 기업이 아니어서 경영진은 2년마다 물갈이 되었지만 나는 줄곧 영업관리 업무에 남아 있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과 자원을 동원해 과정을 관리하며 기어이 목표를 달성하는 짜릿함을 중독처럼 즐겼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람을 대하는 법, 리더십, PT, 강의력, 글 쓰는 능력과 문해력, 문서작성 능력, 상담력, 기획하는 법, 회의나 행사 진행법 등을 익혔다. 여기에 적절한 의사 결정 방법이나 맞지 않는 상대와 무리 없이 일하는 법도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다. 이런 배움이 가능했던 것은 전국적인 지점망에 3,500여 명의 설계사 영업을 기획해야 했고 그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직원과 설계사 등 내가 면접했던 인원만 해도 400명은 넘는 것 같다. 이처럼 많은 경험은 내가 그 업무를 하지 않았더라면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성장은 사업가 마인드를 익혔다는 것이다. 설계사는 직원 신분이 아니다. 그분들은 보험회사 안에서 자신의 사업을 펼치는 사람들이다. 날짜만 채우면 돈이 나오는 직원들에 비해 마인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지켜보며 직장 밖의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직장에서의 성공이 임원이나 사장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다른 성공도 보게 되는데 바로 자신의 성장이다. 입사와 은퇴 사이 그 많은 시간 동안 나의 능력치는 얼마나 성장하였는가?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직장을 벗어나더라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원을 했더라도 퇴직하면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이 많다. 다만 이름은 그럴듯해 수석 컨설턴트, 고문이라는 직함을 준다. 인생은 영업이고 나는 치열한 현장에서 일을 배웠던 사람이다. 그러니 이 회사가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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