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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23. 2022

655. 휴대폰이 안 울린다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_노래 <바위처럼>중에서


최근 가지고 있는 아이폰 벨 소리가 밋밋해서 평소 좋아하는  <바위처럼>이라는 노래로 바꾸었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거라 ‘개러지 밴드’라는 앱을 한참 동안 씨름해서 완성했다. 뿌듯한 마음에 아이폰을 가진 딸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아빠, 요즘 누가 휴대폰 벨 소리를 켜놔. 다 묵음으로 두는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졸지에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휴대폰 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 문자나 카톡으로 소통하고 휴대폰이 울리더라도 “웅~” 하고 울리는 진동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히려 휴대폰 벨 소리가 들리면 주목을 받게 되고 휴대폰 주인은 당황하여 황급히 폰을 들고 일어서는 분위기이다.

이건 흥미로운 사회적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빅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회의를 하는데 팀원 한 명이 안 보이기에 전화를 하랬더니 문자를 수차례 넣었다는 말에 작은 깨침이 있었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전화를 하고 상대방의 음성을 듣고 대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트렌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예전과 달리 조심스러워졌다. 그나마 가족들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카톡 같은 문자로 소통하는 편이다. 그리고 전화를 하게 되면 조심스럽게 통화 가능하시냐고 묻게 된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바로 나를 밝히고 통화를 시작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왜 사람들은 전화하는 것에 부담스러워하고 전화 벨 소리에 민감해지게 된 걸까? 가장 큰 계기는 SNS의 발달이라고 본다.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문자를 입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소통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음성으로 주고받는 전화 통화조차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대면 소통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분명 소통은 하고 있는데 조용한 소통인 셈이다. 그럼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몇 가지 예측해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첫째, 비대면이 가속화될 것이다. 코로나가 앞당긴 면도 있지만 회의도 화상회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꼭 만나서 하는 것보다 만나지 않고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갈 것이다. 이는 공고한 기존 조직에 편입되는 일자리 보다 개인이나 팀 단위로 활동하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프로젝트성 작업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비대면의 가속화는 자기중심적인 개인주의의 발달로 이어지고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기지로 펼치는 본캐, 부캐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서로 만나지 않으니 나를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해질 수 있다. 메타버스도 그 일환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로 만나고 대화하는데 나의 본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게 된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자신의 부캐가 성희롱을 당하거나 집단 왕따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 이런 트렌드에 맞는 법 제도 같은 것이 이슈화될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기회요인이라면 나의 부캐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필명을 쓰는 작가는 오래된 부캐영역이긴 하다.


셋째, 콘텐츠의 제작과 소비가 늘어나고 콘텐츠 유통이 다변화될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에서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틈만 나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듣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카페에서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휴대폰을 보고 있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게다가 콘텐츠 제작도 개인이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되고 있어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되어간다. 여기에 IP(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콘텐츠로 자신의 소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다는 의미도 된다.

은퇴 후의 삶을 작가로 정한 나는 이런 면에서 시대적 변화에 잘 편승한 셈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제작과 마케팅은 별개의 영역이라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학습은 앞으로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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