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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Nov 24. 2022

656. 나는 나의 일이나 해야겠다

글쓰기 동아리에서 괴테의 5계훈을 접했다. 그냥 쓱 한 번 읽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지금 나의 상황에 너무도 위안이 되는 말이라 굳이 필사를 해 보았다.


첫째, 지나간 일을 쓸데없이 후회하지 말 것

잊어버려야 할 것은 깨끗이 잊어버려라. 과거는 잊고 미래를 바라보아라.


은퇴를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일이 하나 있다.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어도 수년 전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관리 책임에 관한 사안이다. 당시 아예 한 영역을 한 개 팀에다 전적으로 맡겼던 업무라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감사 부서의 호출을 받고 보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아무리 기억이 나지 않아도 최종 결재권자가 나였으니 책임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용히 은퇴하기가 이리 어려운가도 싶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 잊어야 할 것은 깨끗이 잊는 멘탈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될수록 성을 내지 말 것

분노 속에서 한 말이나 행동은 후회만 남는다. 절대로 분노의 노예가 되지 말라.


처음엔 이 상황에 너무 화가 났다. 당시 열악했던 환경 속에 고생했던 직원들이 떠올랐다. 유별난 본부장의 등쌀에 직원들을 보호하고 목표는 목표대로 추구해야 했던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오죽했으면 일 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가겠다고 했을까? 하지만 달라질 게 없는데 화를 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상황만 더 안 좋아질 뿐이다.   


셋째, 언제나 현재를 즐길 것

인생은 현재의 연속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그 일에 정성과 정열을 다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지금 나의 현재는 무엇일까? 뒤늦게 스며든 글쓰기의 매력, 여러 비영리 단체에서의 조직운영 활동, 인생 3막의 새로운 도전 등 설레는 일들은 좀 있다. 돌아보면 지난 직장 생활을 통해 하나씩 쟁여 둔 나의 무기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언제나 현재를 즐길 것. 인생은 현재의 연속이기에 현재는 내 인생의 퀄리티를 결정짓는다.


넷째, 특히 남을 미워하지 말 것

증오는 인간을 비열하게 만들고 우리의 인격을 타락시킨다. 될수록 넓은 아량을 갖고 남을 포용하라.


다행히 당시 팀장 이하 담당자에 대한 미운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도 맡기 싫어하는 업무에서 야근을 일상으로 하며 생활했던 직원들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두고 지금 잘잘못을 따진다면 ‘그 여건에서 누구라도 그 이상으로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이다.  

다섯째, 미래를 신에게 맡길 것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일이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지 알 수가 없다. 미래는 하늘과 신에게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제 감사 부서에 가서 관리 책임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앞으로 인사상 일련의 절차들이 이어질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신경을 끄기로 한다. 미래는 하늘과 신에게 맡기고 나는 나의 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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