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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04. 2022

658. 좋은 인연을 만나는 법

대학원 입학 에피소드

3년 전,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마음을 내어 대학원에 입학했었다. 당시 교수진과의 입학 면접에서 학부 전공도 아니니 웬만하면 기존하던 일이나 계속하라는 부정적인 언급을 들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날 즈음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하라기에 이왕 떨어질 것 같아 그냥 하고 싶은 말이나 하자 싶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하든 말든 저는 글쓰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 하나를 동문으로 둘 기회를 놓치는 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숙고를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듣고는 두 분의 교수님이 마구 웃으셨다. 결국 그 말이 먹혔는지 문창과 전공으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고 학위까지 마쳤다.

동아리 만들어 운영하기

글쓰기를 배우러 대학원에 입학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기본적으로 안정되고 성품이 좋은 분들일 가능성이 높다. 교수님의 물밑 추천으로 원우회장까지 뽑힌 나는 당시 실천하고 있던 매일 글쓰기를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동아리 결성을 제안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책 쓰기 동아리’다. 이왕 문창과에 입학했으니 졸업할 때까지 책 한 권은 쓰고 가자는 목적성 있는 모임이었다.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고는 회원들에게 그곳에 매일 글을 써서 올리게 했다. 여기에 직업정신을 발휘해 글을 쓴 분들은 빨간 스티커로 관리해서 매일 단톡방에 올렸다.  

과정이 즐거워야 오래간다

글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발표하기를 주저한다.그래서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며 완벽한 글을 추구한다. 그리고 문창과의 경우 합평이라 하여 한 사람의 글을 여러 사람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과정도 있다. 그렇게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글이 더 나아진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왜 그래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글이 좋아 들어온 사람들이다. 글 쓰는 과정이 꼭 고통스러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남이 안 알아주면 어때, 그 과정이 즐거우면 되는 거지. 동아리 회원들은 그렇게 즐거운 글쓰기를 졸업 때까지 이어갔다.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치하지도 않는 느슨한 관계의 동아리 모임은 이렇듯 잘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로부터 좋은 모임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좀 쑥스럽다.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낸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동아리 작가님들을 뵐 때마다 느끼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좋은 사람들로 모임을 만들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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