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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12. 2022

662. 일을 진행시키는 방법

일을 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좀 게으른 편이다. 그래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반복적인 일이다. 내가 은행에서 보험으로 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개인 취향만 쫓아 무작정 넘어온 것은 아니고 금융지주라는 큰 틀 안에서 사업이 분리될 때 은행의 일을 하든 보험의 일을 하든 복지 수준이나 급여는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이동을 신청했다. 만일 그것으로 인해 내가 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다거나 급여가 악화되는 조건이었다면 이동을 안 했을 것이다. 그것은 안정된 기반 위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게으른 성향은 좀 더 쉽게 일하는 방법을 찾게 했다. 매일 같은 숫자를 반복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면 그것을 엑셀 함수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았고 이왕이면 버튼 하나로 휙 돌아가게 만드는 자동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후임자는 엑셀 시트의 버튼만 누르면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만 알았지 업무에 다른 변수가 생기면 그것을 적용할 수 없었기에 전임자인 나에게 늘 연락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봐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렵사리 만들었던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장되고 말았다. 요즘 입사하는 직원들은 엑셀을 잘 다루니 고급 기능도 곧잘 사용하지만 예전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이젠 사용할 일이 없으니 다 잊었지만 엑셀 함수를 적용해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을 참 많이 했었다. 선배가 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욕도 먹었지만 덕분에 업무적 성장은 제법 했던 것 같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그 틀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첫째, 일의 전체를 개관하고 그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파악한다.

이럴 때 주로 사용하는 툴이 마인드 맵이다. 일의 틀을 잡는데 이만한 툴도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일의 전체를 개관하면 그 속에서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대강 가늠이 된다. 하지만 일을 잘한다고 반드시 승진이나 평가를 잘 받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의 여건과 상사와의 신뢰관계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일 잘하면 승진할 가능성은 높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둘째, 일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정한다.

일은 한 번에 되는 게 없다. AS IS(현재)와 TO BE(일의 완성)의 간격을 메워줄 중간 과정을 정해야 한다. 서울서 부산을 KTX로 가고자 해도 ‘열차표 예매-서울역으로 이동-KTX 승차-부산 이동’의 프로세스가 있듯이 일은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일을 정의하고 프로세스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셋째, 프로세스 단계마다 사람, 부서, 업체 등의 자원을 할당하고 위임한다.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각 프로세스 단계마다 그 일을 해낼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각 단계에 배치된 사람이나 자원(돈, 시간)을 정하는 것과 그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이나 자원은 늘 부족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배치된 이들에게 좀 더 요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보상을 줘야 한다. 정말 줄 게 없다면 밥이라도 사야 한다.


넷째, 일의 진행 상황을 살피면서 소통하고 진도를 관리해야 한다.

보통은 관리만 하는 일은 드물고 자신도 일부를 담당해야 하기에 자칫 작은 일에 매몰되어 전체를 놓칠 수가 있다. 늘 숲과 나무를 왔다 갔다 하며 봐야 한다. 아무리 갑과 을, 상하관계라고 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렵다. 배치된 사람이나 업체가 내 마음처럼 해주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접는 게 현명하다. 하게끔 만드는 것이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일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이게 가장 어렵긴 하다.

지난주 금요일 큰 행사를 하나 마치고 일을 진행시킨 과정을 되새김해보니 새삼 나의 일하는 스타일을 한 번 정리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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