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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08. 2022

661. 차별화의 기준도 진화한다

회사는 지금 인사 시즌이다. 대표이사나 임원들부터 차례차례 인사가 나고 있다. 그런데 정말이지 별 관심이 없다.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이슈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가 사장으로 오고 임원으로 오는지 궁금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다.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게 이렇게나 가볍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직원들은 임원들이 모두 교체되어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것도 부임 1년 만에 교체되는 임원들도 있어 직원들의 술렁임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런가 보다 하며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마음이다. 오히려 요즘같이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시점에 누가 오든 고생은 좀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다.

며칠 전 은행 지점장을 하는 입사 동기가 연락이 왔다. 은퇴를 맞는 나의 근황을 묻는 전화였다. 그는 호적이 한 해 늦어 내년에 은퇴한다고 했다. 반가운 대화를 이어가는데 이 한 소리가 귀에 딱 걸렸다. ‘대부분의 장교 출신들은 일은 잘 하는데 굽히지 않으니 올라갈 수가 있나. 이래저래 상사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거지.’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딱히 부정하기도 애매한 말이었다. 과장 시절 함께 근무했던 팀장은 이를 두고 정무감각이라고 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근무하는 회사는 그 나름의 정치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내 정치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지역에 있을 때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본사에 올라오니 고향, 동문 등 더욱 다양한 무리 짓기를 보게 된다. 특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지역색이 너무 강해서 상위 조직인 중앙회에는 각 지역별 이사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이다. 일종의 지역 연합회 같은 성격이다. 이런 형태의 조직은 어느 한 사람의 독주를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변화의 시기에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 각종 위원회와 협의체가 많고 그냥 무난함을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가져가게 된다. 직원들 사이에 너무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중간만 하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나 스스로는 잘 못하면서 후배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직장에서 올라가려면 일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선 안 되고 누군가 네가 일 잘 한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직장에서의 승진 기회는 위에서 오는 것이지 아래에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기와의 통화 후에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후배 직원들은 일도 잘 하지만 자신의 일을 잘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없다. 그럼 또 무엇이 있어야 할까? 그 동기의 말처럼 같은 조건이면 상사와의 좋은 관계가 그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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