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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26. 2022

671. 알바몬이 보여준 50대 일자리

바쁘다는 게 능력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시간을 누리게 되면 나무늘보처럼 축 늘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 많은 사람에게도 적당한 일거리는 필요하다. 일이란 경제적 보상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드러내는 면도 있다. 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예전에 업무상 단기 알바생을 고용할까 싶어 ’알바몬‘이란 어플을 깔았다. 그 후 알바생 고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넘기다 보니 그 어플이 눈에 띄었다. 문득 은퇴를 앞둔 50대 중년 남자가 할 수 있는 알바일은 어떤 일인지 궁금해졌다. 전국적으로 20만개가 넘는 알바자리가 뜨는데 구직 조건을 내가 사는 지역과 성별, 나이를 입력하니 금새 170건으로 줄어들었다. 대체 어떤 일자리들이 있는지 보니 주로 쿠팡에서 택배물건 분류하는 일이나 건설현장의 청소일, 편의점의 주말 또는 야간 알바 등이 보인다. 짐작은 했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50대 중년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 수준인가 싶다. 게다가 나이 59세 까지가 한계인 듯 하고 앞에 6자라도 달게 되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노동자로 일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50대 남성은 사회적으로 노동자로의 상품가치는 현저히 떨어지면서 자연스런 백수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하니 스스로를 직위나 연봉 등 지극히 외부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50대 남성이라면 자존감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나는 동묘나 종로3가를 지날 때면 정말 이해 안되는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가 있었다. 길가에 펼쳐놓은 난전에 자기가 사용 한 것 같은 낡은 소품들을 펼쳐두고 파는 노인들이다. 어느 누구도 살 것 같지 않고 파는 사람도 꼭 팔아야 겠다는 의지도 없는 그런 장사 풍경이다, 나름 결론 짓기는 저 노인들은 단지 전을 펼쳤다는 것에 의미를 둔 거지 그냥 무료한 시간을 오가는 사람들 보면서 지내는 걸로 여겨졌다. 벌이와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그게 일인 것이다.


알바몬의 50대 일자리를 보면서 새삼 은퇴한 50대의 화이트 칼라가 프리랜서로 매월 100만원 정도 벌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경험과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서 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옵션을 고려할 수는 있겠다.


*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아야 한다.

* 지식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 일하는 시간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 재능기부와 비즈니스가 적절히 섞이면 좋다.

*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일이길 바란다.

   

나름 내린 결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의 강의, 코칭, 글쓰기, 콘텐츠 제작, 세미나 개최, 커뮤니티 구성 및 운영 등이 떠오른다. 이 정도면 향후 10년 정도는 프리랜서로 놀거리는 될 것 같다. 적어도 탑골공원이나 동묘에서 잡다한 물건을 널어놓고 난전을 펴는 것 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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