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용범 Jan 09. 2023

678.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이 노래 재미나다

처음 들었는데도 귀에 착 감기는 노래들이 있다. 최근에는 특이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안예은의 ’문어의 꿈‘도 그랬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동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노래를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나 “달아 차오른다. 가자”도 그랬다. 검은 뿔테안경의 무표정한 얼굴의 장기하가  정말 어색한 어깨 춤을 추며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라고 할 때는 그냥 픽 웃음부터 났다. 이런 노래들이 단번에 주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히 들어왔던 노래와는 많이 다른 차별성 때문이다. 이처럼 상당한 차별성으로 한때 인기를 얻었던 가요들이 있다. 송창식의 “가나다라”, 나훈아의 “테스형”, 클론의 “쿵따리샤바라”,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 노라조의 “슈퍼맨” 등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함을 알겠다.

차별성의 이중성

하지만 차별성에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지나친 차별성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내가 연예인이 아닐 바에는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편적인 사고를 지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에 학교나 직장은 가기 싫지만 기어이 일어나야 하고,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일은 덜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차별성 있는 행동은 흥미롭다는 마음도 있지만 ‘네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선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별성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지가 중요하다. 상당한 차별성으로 처음 주목은 끌었지만 이어지는 게 없다면 이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지 않는 차별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오래 잡아 두기란 애초에 성공하기 어렵다. 사람들의 신뢰는 차별성보다는 꾸준한 지속성에 점수를 더 주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에는 한때 인기 있던 가수들이 연기자로 출연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노래와 춤, 연기까지 잘 하는 그들을 보면 연예인들의 끼는 따로 있나 보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 나름 성공한 가수들인데 왜 굳이 연기까지 할까 생각해 보면 노래나 춤으로 길게 갈 수 없는 한계를 본 것인가도 싶다. 요즘은 혼자 노래하는 가수가 드물다. 정말 그런 가수들은 노래만으로 승부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룹들처럼 전체 중 한 파트만 맡은 가수들은 노래 전체를 끌고 갈 역량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이 찾은 대안이 연기인 가도 싶다.

끌려서 하다보니 차별되다

’문어의 꿈‘을 듣다가 안예은이라는 가수는 노래 하나로도 길게 오래갈 수 있는 가수임을 알게 된다. ‘홍연’, ‘상사화’ 같은 국악풍의 차별성으로 자신의 노래를 이어가나 보다 했는데 ‘문어의 꿈’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은퇴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무엇보다 지금은 아침의 여유로움이 좋다. 그리고 나의 차별성을 생각해 본다. 남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무리하게 애쓰는 차별성이 아니라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나의 정체성에 가깝다. 그러니 자극적인 특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마음 편하고 여유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차별성을 추구해서 얻는 게 아니라 그리 살다 보니 차별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거꾸로 해야 한다. 내가 끌리는 어떤 행동을 지속하다 보니 남들과 차별화되었고, 그것이 세상에 어필 될 때도 있는 것이다. 설령 세상에 어필 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이건 내가 가장 마음 편한 차별성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677.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