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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11. 2023

679. 가성비 높은 재미를 찾아서

’ 돈이 안 될 바엔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김민식 저자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다시 뒤적이며 드는 생각이었다. 은퇴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드물다. 더군다나 변변한 기술도 없는 50대의 사무관리직이라면 사정이 더욱 그렇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고용보험공단을 찾았을 때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던 적이 있다. 우선 연령층이 다양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번호표를 뽑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표정들이 모두 어두웠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신의 일자리에 문제가 생겨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이 생존인 사람들에게 재미라는 화두는 배부르고 철없는 소리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여건상 돈이 안 되는 일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재미라도 찾는 게 현명해 보인다.

일에 관해 돈과 재미로 구획지은 사분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는 없지만 돈 때문에 일을 하는 ‘생존’의 영역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현역시절 나는 어떠했을까? 운 좋게도 돈도 벌었지만 재미도 있었던 일이었다. 드물게 행운의 영역에서 일을 했던 사람인 셈이다. 그리고 은퇴를 맞이했다. 50대 은퇴자는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는 더 이상 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일자리 전략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첫째, 재미는 없지만 돈을 버는 일과 재미는 있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상황이 어렵다면 먹고는 살아야 하니 재미없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삼키기 전에 돈은 안 되지만 재미난 일도 하면서 자신의 숨 쉴 구멍은 만들어 둔다. 사람이 세상에 나와 60세가 다 되도록 생존에만 급급해서 산다면 삶이 너무 삭막해 보여서다.


둘째, 비록 돈은 안 되더라도 재미있는 일만 찾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50-60대이고 생존에 허덕일 정도의 삶이 아니라면 돈보다는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게 나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창작이다. 비록 자신의 창작물을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과정에서 재미는 느낄 것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돈이 든다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50대의 은퇴자는 가급적 돈이 안 드는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 공부와 운동’은 꽤나 괜찮은 대안이다. 주변의 도서관이나 50+ 센터, 주민센터 등을 활용하면 크게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운동도 그렇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가성비 좋은 체육시설이나 운동 프로그램도 많다. 한 때 강남에서 근무할 때  회사 근처 주민센터의 헬스장을 이용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침에 매일 만나는 어르신들 중에는 강남 토박이 부자들이 꽤나 있었다. 돈 많은 이들은 고급 헬스장을 찾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먹고사는 데 큰 지장만 없다면 50대의 일은 돈보다 재미를 우선하는 게 좋겠다. 사회생활 하면서 돈 때문에 일을 했다면 이제 본인만의 재미를 찾아도 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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