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 10년 차 은퇴자의 조언

by 장용범

인생의 문제는 끝이 없다

은퇴도 했으니 함께 식사라도 하자며 옛 상사분이 연락을 주셨다. 이제는 편하게 형님으로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단, 술은 안 되신다기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 했다. 역시나 전립선의 문제로 병원 예약이 잡혀 있으셨다. 당신의 상황이 그러하면 굳이 연락 안 주셔도 되는데 그 마음이 감사했다. 당신의 재산이나 자녀 문제, 사회생활 중에 이루었던 성취들로 보면 정말 많은 것을 가지신 분이다. 그런 분에게도 건강이라는 문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최근 병원 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고 하신다. 역시 인생의 문제는 하나가 해결되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문제는 나타나는 법이다. ‘지금 이대로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인생의 문제를 바라보라는 법륜 스님의 가르침이 되새겨진다.

10년 차 은퇴자의 조언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은퇴 생활로 이어졌다. 대부분 먼저 묻는 질문이 앞으로 뭐 할 거냐는 것이지만 계약직으로 좀 더 근무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다. 당신의 은퇴가 벌써 10년을 넘겼고 지금도 편안한 은퇴 생활을 누리고 계신 분이라 하시는 말씀 중에는 귀담아들을 내용이 있었다.


첫째, 돈 드는 일은 하지 마라

’아무리 자신 있어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재능기부나 봉사한다는 마음이면 몰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들이는 것은 안 하는 게 좋다.‘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찾은 것이 글과 관련된 콘텐츠 영역이다. 유명 작가가 될 목표는 없으니 치열한 글쓰기를 할 생각은 없다. 설렁설렁 좋아서 하는 아마추어 글쓰기를 하련다. 책의 출간도 브런치나 재고 없는 POD로 하고, 책이나 글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모임도 생각 중이다.

둘째, 만남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세워라

‘심심하다고 만나는 친구들은 아무리 많아도 나중에 회의가 드는 법이다. 친구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한 둘이면 족하다.’

은퇴하면 넘치는 게 시간이다. 무료함을 만남으로 해결하려 들면 점점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본부장님은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셨다. 정기적인 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는데 대화하는 내용도 뻔하고 만나서 하는 일이 당구 치고 술 마시는 등 다 거기서 거기라 만남에 점점 회의가 든다고 하셨다. 당신의 성향이 나와 비슷한 분이라 그런 만남이라면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셋째,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하고 연락은 먼저 해라

‘혼자서도 잘 놀지만 무료하다 여겨지면 어떤 일이든 만든다. 주로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별 용건이 없더라도 먼저 연락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너무 많은 시간이 무료하진 않으시냐고 여쭈어보았다. 혼자서 잘 놀다가 무료해지면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고 했다. ‘별 용건 없이 먼저 연락한다‘는 것, 이게 참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고종 누님과의 통화가 생각난다. 최근 고모님이 돌아가시고 많이 허전하실 것 같아 연락드렸더니 너무도 반가워하셨다. 가끔 나에게도 별 용건 없이 연락 오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좋아 나도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다. 뜬금없는 전화에 상대가 당황해할까 봐 다소 오글거림은 있지만 “응,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와 참 편하게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당신이 말씀은 않았지만 건강 문제와 원만한 가족관계도 추가하고 싶다. 예전에 가족분들을 만난 적이 있어 화목한 가정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아빠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에 미국서 당장 오겠다는 딸을 말리느라 애먹으셨나 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은퇴생활은 이 두 가지가 기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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