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새해 시작은 가볍게

by 장용범

유시유종(有始有終),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한다는 뜻이지만 글자 그대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로 이해하고 싶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전 세계가 우왕좌왕하다가 끝이 났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제 막히는 도로 위에서 라디오를 통해 들은 내용인데 코로나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섯 단계별로 설명하였다. 흥미로워 찾아보니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 변화를 단계별로 설명한 것으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순이었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이런 상황을 일으킨 중국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동시에 표출한다. 그러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당연히 마스크부터 챙긴다는 식으로 현 상황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상황에 사람들은 점점 우울 단계로 접어드는데 1년 정도 팬데믹이 이어진 지금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리는 원치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끝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도 한다. 마치 군에 입대하자마자 까마득한 제대 날짜가 답답한 신병처럼 자신의 무력감마저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날짜는 반드시 오고야 마는데 이제는 군대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라는 걱정에 말년 병장들은 잠을 설치는 경우도 생긴다. 한때는 그렇게 기다리던 제대 날짜였는데도 그러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빠른 적응과 단순한 일상이 정답이다. 막연한 희망만큼 신기루 같은 것도 없다고 본다. 오죽하면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생겼겠는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은 전문가들이 할 일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현 상황을 당연하다는 듯 수용하며 지낼 때 마음이나마 편해질 것이다.

2021년의 첫 날을 맞이한다.
예전에는 새해 계획도 세우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수년 전부터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연말에는 내년 계획 세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었는데 달라진 나의 모습이다. 이제는 계획도 좀 게으르게 세우는데 지금 나에게 확실한 것들의 연장 수준과 평소 좋아 보였던 것들을 새로 시도해 본다는 정도로 한다. 예전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올해 반드시 하겠다는 계획은 더 이상 아니다.

2021년도 연장선상의 계획은 직장생활 통한 매월 소득 챙기기, 대학원 학기 마치기, 매일 글쓰기, 어떤 형태로든 하루 운동 하기, 동아리 카페 활동 이어가기, 어른들에게 자주 안부전화드리기, 발표한 글을 모아 책 한 권 더 출간하기, 책 읽기 등등 지금도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이다.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라 달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새로 한 번 해볼까 싶은 것들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자전거로 가보기, 여행 수준의 러시아어 배우기, 젬배 시작해보기, 명상하기, 세상과 사람들에게 큰 기대하지 않기, 현관 신발 정리하기 등 이벤트와 태도에 대한 것들인데 이것은 수시로 더했다 빼기를 반복하기로 한다. 역시 그리 어려운 것들이 아니니 이 또한 달성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처럼 새해 계획을 시작만 해도 목표가 달성되는 수준으로 잡아 보았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않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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