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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02. 2021

051. 잘 극복해야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지금 천문학적으로 풀린 각국의 통화량 증가로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에 환호를 지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사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이 상황이 끝난다고 해도 앞으로의 모습은 K자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K자의 위아래로 가는 획수처럼 가진 사람들은 더 큰 부를 가지게 되고 없는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기엔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심각하다. 어느 날 뉴스를 보니 헬스장을 운영한다는 신체 건장한 사장님이 나왔다. 가장인데도 돈 한 푼 못 가져다주는 현실이 너무 미안해 아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텅 빈 헬스장 바닥에 텐트를 치고 지낸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어느 항공사 스튜어디스는 온갖 알바 자리를 다 뛰며 버티고 있었지만 부득이 해고한다는 문자 통지를 받아 들고는 역시 눈물을 보였다. 반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10억대를 넘나들고 있고 주식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작년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명목 GDP를 넘어설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누가 부자가 되고 기회를 잡을지는 너무도 명확해 보인다.

우리는 자본에 대해 감성과 도덕성을 투여하는 경향이 있다. 강남의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빌딩 청소부들 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이 부당하다는 생각들을 가진다. 하지만 시장의 가격은 오직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운 직업일수록 수입이 많다는 언급이 나온다.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자본주의의 시장 가격 결정 원리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도덕성이나 감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렇듯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서민들은 가진 자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민주주의의 표대결로 친대중적인 좌파 정권들을 세운다. 그러면 좌파정권들이 들어서면 나라의 경제가 좋아지는가. 친 서민적인 정책들을 펼치니 분명 좋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경우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때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의 좌파정권 시기이다. 오히려 친서민적인 정책을 내면 낼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이 대중들이었다. 2020년 부동산 정책들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 여겨진다. 오죽하면 경제정책의 수장이었던 경제부총리도 전셋집을 못 구했다면 할 말 다한 거다.

왜 좌파정권은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는데도 서민들의 고통은 더 늘어날까? <부의 인문학>에 나온 내용을 인용해 본다. 정권의 지지층인 친서민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재정지출을 늘이고 복지 규모를 확대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경기 부양이 되지만 이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고 결국 자산가치가 더 올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서민층의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월세, 전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내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부동산 임대료를 규제해 어느 정도 이상은 못 받도록 하거나 기간을 정해 면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였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부의 인문학>에 나오는 예이다. 실제로 오스트리아가 과거 임대료 통제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결과는 실패였다. 임대인은 집을 개보수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해진 수입인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임차인은 나가질 않는다. 나가면 집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장이 잡혀도 집에서 멀면 직장을 포기한다. 집들은 점점 슬럼화 되어가고 사회적 활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많은 과세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2012년 좌파정권의 프랑스는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소득에 75%의 과세를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부자들이 프랑스를 떠나 인근 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 프랑스는 부자증세를 폐지한 상태이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절대다수가 원하는 경제정책을 경제 민주화라고 하자. 복지도 늘이고, 부동산 임대료는 가격을 통제하고,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걷어들이는 정책들. 그런데 그렇게 가면 경제가 더 망가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정부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기본소득까지 지급하는 등 돈을 엄청 풀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돈은 가진 자들의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여 갈 것이다. 시대가 참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가 이렇게 오르면 누가 부자가 될까? 부동산이 이렇게 오르면 결국 누가 부자가 되는 걸까? 비록 대안은 제시 못하겠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경제정책이 결국 서민을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지금의 상황들이 정말 간단치 않아 보이고 우려가 된다. 여기서 그나마 좀 여유 있는 개인들이 할 것이라곤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일까? 남의 불행위에 쌓는 행복이라는 말도 있지만 역시 탐욕스러운 자본에 도덕이나 감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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