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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03. 2021

052. 문제가 있어야 할까?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무척 단순한  문장이지만  문장은 나름 의미가 있다. 문장의 앞에 언급된 “ 뒤에 언급된 “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냥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인식되는 것일까. 이것이 심리학적으로는 ‘메타인지 개념일 수도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의 주체일 수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스쳐 지나는 대상이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문장을 내가 불교를 이해한 수준으로 정리해본다.

불교에는 6(六識) 있다. 6식은 우리의 몸이 세상 만물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세상 만물은 () · () · () · () · () · () 여섯 가지 경계  6(六境)으로 나누어진다. 앞의 5경은 바로 알겠지만 마지막 () 뭐지 싶은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태를 말한다. 6식은  6경에 대하여 보고 [見] · 듣고 [聞] · 냄새 맡고 [嗅] · 맛보고 [味] · 감촉하고 [觸] · 아는 [知] 우리의 인식 작용이다. 

6 경과 6식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서로 얽히고설켜 우리의 까르마(業)를 형성하기 때문인데 까르마가 형성되면 다음에 일어나는 우리의 반응은 좋다 싫다는 반응으로 일어난다. 좋은 것은  하고 싶고 싫은 것은 회피하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에서 나타난다. 한국인에게 된장찌개는 끌리는 음식이다. 어릴 적부터 익숙했고 익숙했기에 좋아하게  음식이다. 익숙이라는 말은 맛보기뿐만 아니라 냄새도 맡고 눈으로 보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 듣기를 반복해서 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의 감각이 거기에 길들여져 좋아하는 까르마가 형성된 것이다. 반면 서양인들에게 된장은 일단 모양새부터가 거부감이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맛과 향에 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같은 대상이지만 우리에겐 끌림의 까르마가 서양인에겐 회피의 까르마가 형성된다. 된장찌개는 된장찌개일 뿐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른 것이다.

가끔 ‘나도 모르게’라는 말을 한다. 우리 몸의 자동반응장치 인 셈인데 6 경과 6식에 의해 쌓이고 쌓인 까르마에 의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이다. 붓다가 가르친 ‘알아차림이란 이런 까르마에 의해  튀어나오는 나의 끌리는 마음이나 회피하는 마음을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누가 보는가? 그놈을 찾아보는 것이 명상의 재미일 수도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마음에 아무런 걸림이나 속박이 없는 상태이다. 마음의 무거운 짐이 전혀 없고 긴장이 없는 상태이다. 걸림이 없는 상태이고 괴로움도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깨달은 자의 해탈된 상태라고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은 든다. 나는 지금 별다른 괴로움 없이  살고 있는데 “아냐,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너는 문제가 있어. 너는 지금 괴로운 상태야.”라고 계속 옆에서 알려주는 게 종교의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붓다 : “뭐가 문제냐?”
 : “ 모르겠습니다.”
붓다 : “모르는 거냐, 없는 거냐?”
 : “말씀을 듣고 보니 처음에는 모르는  같았는데 없는 것도 같습니다.”
붓다 : “별문제 없이  살고 있는 거다.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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