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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04. 2021

053. 질문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언젠가는 한 번 사막을 걷고 싶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을 직접 느끼고 싶어서다. 이건 분명 낭만적인 감상일 것이다. 신발에 당장 모래가 들어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쉴 그늘도 없는 환경에 반나절만 있다 보면 이 짓을 왜 하나 싶을 것도 같다. 사막 지형은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강한 바람에 모래언덕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지형지물을 나타낸 지도가 소용없는 지역이 사막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지도보다 나침반이 더 필요한 곳이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침반으로 방향을 유지하며 가는 것이 유일한 길 찾기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가장 확실한 지도라고 해도 그 지도는 이미 옛날 지도인 경우가 많다. 윗 세대들에게는 맞았을지 모른다. 그들 역시 지도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살아오면서 어렵사리 지도를 만들어 사랑하는 후대에게 우리만큼 고생하지 말고 좀 편한 길을 가라고 건네준 지도이다. 하지만 그 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지형지물과 너무도 달라져 있어 표시된 이정표가 없거나 전혀 새로운 산이 하나 드러난 상태이다 보니 지도를 믿고 가다간 오히려 더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 그때는 지도를 준 사람을 원망해 본들 소용이 없다. 어차피 그 길은 스스로 선택해서 가야 했던 길이니까. 여기서 나의 길을 찾아가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방향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영화 <올드보이>에서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으며 갇혀 지내던 최민식은 정말 궁금했다. “누가 나를 가뒀을까?”, “왜 가두었을까?” 여기에 대해 유지태는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라며 “왜 가두었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주었을까?” 가 맞는 질문이라고 했다. 본사 영업조직관리 실무자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현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질문남 : 보험영업조직을 관리하는 부서죠? 궁금한 게 있어 전화드렸어요?
*나 : 네, 말씀하시죠?
*질문남 : 보험영업조직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 (잠시 침묵).. 특별히 궁금하신 게 있으실까요?
*질문남 : 아니, 보험영업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면 되냐고요?

그의 질문과 나의 대답은 이렇게 한참을 겉돌다가 ‘정말 본사 불친절하네.’ 라며 상대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질문은 함부로 날리는 게 아니다.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 나의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야 한다. 고민의 흔적이 없는 상태에서 건네받은 대답은 문제의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질문을 들어보면 상대의 주제에 대한 이해 수준과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질문자 : 어떡하면 주식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나요?
*답변자 : 주식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됩니다.
*질문자 : 쌀 때와 비쌀 때가 언제인가요?
*답변자 : 공부 좀 하셔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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