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가까이 쥐고 있는 과업이 있다. 바로 레고 스타워즈 우주선 조립이다. 평소에는 거의 손을 안 대고 있다가 한 번씩 생각나면 조립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레고는 아이들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난이도가 낮은 랭글러 찦차였는데 그것도 꼬박 3일이 걸렸던 것 같다. 완성을 하고 보니 어른들 치매 예방에 좋을 것 같아 아버님에게 같은 것으로 한 세트 사드렸다. 나중에 부모님 집에 갔을 때 자동차의 모양이 좀 이상해 본의 아니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드렸구나 싶었다. 지금 잡고 있는 우주선 조립은 브릭 수가 거의 5,000개이다. 거실에 늘어두면 가족들 동선이 좁아질 정도이다. 어제는 모처럼 레고 조립을 꺼내들었다.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때문이다. 저녁에 거의 세 시간을 몰입했던 것 같다. 허리가 많이 아팠다.
레고는 어떤 식으로 조립해야 할까? 처음에는 호기롭게 브릭 하나하나를 찾는 것으로 했으나 이내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크기나 모양이 비슷비슷한 부품을 찾느라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같은 색의 브릭 별로 모으는 것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했지만 이것도 힘이 들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같은 색이면서 크기가 비슷한 브릭 별로 모으는 것이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레고를 조립하고 있자면 몰입하는 가운데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그 몰입감이 좋아 당분간 이 취미는 계속 이어갈 것 같다.
어제는 레고 조립을 하는데 찾는 모양의 브릭이 하도 안 보여 혹시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5,000개 정도의 레고 브릭에 하나 정도 빠져 있다 한들 이상할 게 없어서다. 한참을 뒤적인 끝에 결국 찾아내긴 했지만 없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동안은 슬슬 부아가 올라왔다. 레고 브릭은 내가 못 찾는 것이지 없지는 않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처음 레고 상자의 멋진 그림을 보고 안의 내용물을 쏟아내면 좀 당황하게 된다. 이것들을 어떻게 조립해야 저런 완성품이 나오는지 도통 감이 안 잡혀서다. 하지만 긴 시간에 걸쳐 브릭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면 어느덧 조금씩 모양이 잡혀가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삶도 어떤 면에서는 레고 조립 같은 면이 있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시간의 파편들을 모아 나의 삶을 조금씩 완성해 가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레고는 처음부터 가이드 책이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데 인생 레고는 그런 책자가 없다는 것이다. 레고의 브릭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면 안내 책자는 무엇일까?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그림일 것이다. 그래야 시간이라는 브릭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그림대로 맞추어 갈 수 있다. 내가 만드는 것이 자동차인지 우주선인지에 따라 브릭의 위치가 달라지듯 시간의 브릭도 사용법이 달라지게 된다. 레고 조립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서로 다른 완성품의 브릭들을 뒤섞어 놓았을 때이다.
레고는 처음부터 완성품 모양으로 조립하지는 않는다. 작은 브릭들을 모아 조금 큰 단위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들을 다시 모아 더 큰 단위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작은 레고 브릭처럼 이 하루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작품이 완성되어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주어진 시간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엉뚱한 방식으로 조립되기도 한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레고는 완성작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시간 동안 몰입감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버님이 완성작 그림과는 좀 다른 랭글러 루비콘을 만드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