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8. 사적 모임을 권함

by 장용범

#직장울타리

드라마 미생의 대사 중에 ’직장은 정글, 바깥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회생활이 녹녹치 않음을 빗댄 말이다. 직장생활의 장점은 개인이 회사라는 든든한 울타리안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직장 생활이 힘들어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지옥이라는 바깥 세상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의 울타리는 언젠가는 걷어지게 마련이다. 그 안에 머물 때는 자신이 대단한 것 같지만 막상 직장을 벗어나게 되면 그게 다 회사의 힘이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인간적으로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회사 안에서 맺어진 인연들이다.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친했던 사람들도 회사를 벗어나게 되면 연락이 뚝 끊기게 된다. 그러니 회사의 인연들은 큰 기대없이 한 때의 시절인연으로 보는 게 맞다.

#은퇴자 모임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퇴직을 했다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집에만 머문다면 답답할 것이다. 그럼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만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오랜 직장생활을 한 사람일수록 퇴직하면 만날 사람이 더 없다. 기껏해야 직장의 은퇴자 모임이나 학교 동창들이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만나면 나누는 대화수준이 뻔하고 활동이라 해도 등산이나 바둑 등 소일거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만남 자체에 회의가 든다. 그 이면에는 인간에게는 성장에 대한 기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회사에 재직할 때 얼마나 잘 나갔나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높은 직급에서 퇴직한 사람일수록 이런 상실감은 더하게 마련이다.

#사적모임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게 사적인 모임이다. 사적모임은 연령대와 업종이 다양하게 섞일수록 좋다. 그 이유는 비슷한 연령대나 같은 업종에 종사한 사람들은 사고의 범위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왕년에를 이야기 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꼰대짓을 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입은 다물고 봉사의 마음을 내거나 지갑을 여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사적모임들도 은퇴 후 갑자기 참여하려면 쉽지 않다. 그러니 직장에 다닐 때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파악해 스스로 모임을 만들거나 기성 모임에 참여하는 식으로 하면 좋다.


돌아보면 직장생활 마지막 3년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당시에는 연인과 이별하는 듯한 아픔의 시간이었지만 나를 돌아보고 회사와 나의 관계를 직시하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당시 나를 둘러싼 몇 가지 질문들이다.


- 회사와 나의 관계는? /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

- 나에게 회사의 의미는? / 돈

- 회사와 나의 관계 지속기간은? / 앞으로 3년

- 그 후는? / 홀로 서야 한다.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내용들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개인적 관심사를 적극 발굴했고 때로는 기성 모임을 찾아서, 때로는 직접 모임을 만들기도 하면서 재미와 관심위주의 활동을 이어갔다. 주위에선 돈도 안 되는 걸 왜 하냐고, 글 쓰는 게 돈이 되느냐고 묻는다. 여기에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재미있기도 하고 나의 능력으로 기여할 바도 있으니 그게 좋아서 한다이다. 나와 다른 연령대나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배우게 많다. 요즘 이런 모임의 만남이 부쩍 늘었다.

어제 저녁, 한국-키르기즈스탄 친선협회 모임이 있었다. 마침 우즈베키스탄의 큰 통신업체 대표님도 한국 방문길에 참석하셨다. 학계, 언론계, 재계, 문화계 등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하는 자리는 화제가 늘 풍성하다. 특히 현지 사정에 밝은 분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런 느슨한 형태의 조직은 늘 운영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 분야는 나의 재능기부로 하고 있다. 이처럼 금전적 보상이 없더라도 어딘가에 기여하는 일은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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