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인생사 6:4

by 장용범

‘젊다는 것은 세상을 내 뜻대로 바꾸어 보려고 애쓴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_이서원의 <말과 마음 사이> 중에서


그렇다면 나는 나이가 든 게 분명하다. 세상사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무언가를 억지로 해내려는 마음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문제라면 힘이 좀 빠진다는 정도이다. 저자는 ‘인생사 6:4’라고 했다. 전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은 드물고 좋은 게 6 이면 나쁜 게 4 정도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중국집에 가도 짜장과 짬뽕에서 메뉴를 고민하듯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건 대강 그 정도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의 블로그 닉네임이 ’안정된 지유인‘이다. 안정과 자유를 함께 취하겠다는 취지인데 어떤 이는 그건 불가능하다고도 하고, 너무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는 결정의 기준을 6:4 정도로 한다지만 오히려 6:4의 기준은 무언가를 결정한 후에 더 필요한 것 같다. ‘안정된 자유’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내 시간의 60%는 ‘안정’을 추구하는 일에 쓴다. 무엇보다 내가 딛고 선 바닥이 튼튼해야 다른 것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은 아니고 나머지 40%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주중 토요일 하루는 오로지 나를 위해 무엇을 한다거나, 주중에도 퇴근 후 취미나 관심사로 만난 모임이나 학습 동아리에 참여하는 등의 일이다. 그런 활동들은 회사 생활과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들이다. 업무를 택할 때도 안정된 자유를 고려할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숫자와 텍스트로 스트레스 받기 싫으면 외근이 잦은 영업 관련 업무를 택해 전국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다만 이것도 안정을 우선해야 하기에 오직 성과로만 개인 소득이 결정되는 세일즈 일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정신의학자 전현수 박사의 주식투자를 않는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주식 투자로 오천만 원이 더 생겼다고 해서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천만 원 손실을 보았다고 하면 문제가 좀 심각합니다.” 이렇듯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인생사 6:4‘는 결정의 기준이기도 하지만 결정 후에도 유효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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