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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행복한 삶이란?

by 장용범

‘먹고사는데 지장 없다’는 말은 부러운 상태이다. 늘 뭔가를 해야 하고 그걸로 밥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그런 시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 일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욕망하는 사람들 덕분에 발전하고 성장한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먹고사는 데만 지장 없는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하면 달성이 가능하나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구하려다 보니 수고가 끝이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 내가 그런 상태에 처하지 않았음을 안도하지만 그들이 더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을 상해한다. 이렇듯 우리의 행복은 늘 비교의 대상이 있는 행복이다.


Q. 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A.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지금도 별문제 없이 잘 보내고 있고 그냥 하루하루 가는 게 평온하고 안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위의 대화만 봐도 그냥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미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평온하고 안온한 삶을 원하지만 막상 그 상태가 되면 무료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추구한다지만 이미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가진 것으로도 그냥 누리기만 하면 되는데 늘 비교의 대상이 있으니 그게 눈에 안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남과 비교하게끔 진화되어 왔다.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이다. 언젠가 유튜브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비교하세요. 단, 나 보다 못한 사람들과. 그래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도록 하세요.“


본성이 비교하게끔 되어 있는 인간들에게 비교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이왕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행복감을 느끼며 살라는 말이다.


지금 이대로도 좋은 삶이라면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의 삶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이대로를 누리며 사는 삶은 무언가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냥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지금의 상태에서 연결 지어진 인연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주변에 행복할 수 있는 요소들이 늘려 있어도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한다거나,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거나, 더 열심히 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지금 이대로를 누리고 즐기기 어렵다. 그에게는 언제나 여기가 잠시 머무는 곳이고 마음은 늘 다른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항상 남아 있을 것 같던 시간이지만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우리는 시간의 유한성을 종종 잊고 지낸다. 어쩌면 그 마지막 순간에 과거의 어느 지점을 돌아보며 ‘그때가 참 좋았다. 그 시기를 좀 느끼고 누리며 살 걸’ 하고 눈을 감을지도 모른다. 가만 살펴보면 지금 이대로도 좋다. 그러니 지금을 맘껏 누려 볼 일이다. 내가 누리는 만큼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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