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는 보상이 따른다. 우리는 일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당연하다 여긴다. 하지만 은퇴를 하게 되면 그 보상이 확 줄어든다. 나는 같은 시간을 투여하고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은데 나이 들고 은퇴했다는 이유로 보상이 줄어든다면 부당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그간 착각 속에 살았을 수도 있다. 혹시 나는 능력에 비해 더 많은 보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지 20대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한 행운으로 그 조직에 적용된 연공서열의 흐름을 타고 능력보다 많은 보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큰 조직에 들어가면 개인의 성과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부서를 선호한다. 영업처럼 매일의 성과가 숫자로 나타나는 업무는 자신의 능력이 바로바로 드러나지만 인사, 기획, 총무처럼 개인보다 조직의 성과로 평가되는 부서는 개인의 역할이 업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부서의 사람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마치 그간 받았던 보상이 자신의 능력에 따른 보상으로 착각을 한다. 반면 영업에서 능력을 보인 사람은 그런 착각이 없다. 회사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영업력에 대한 보상에 큰 차이가 없다.
나는 직접적인 영업을 했던 사람은 아니다. 비록 보험 영업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며 좋은 성과는 내었지만 그 역시 회사의 브랜드와 영업비용을 통해 조직을 관리한 것이지 순전한 나의 능력이라기엔 낯간지러운 면도 있다. 그리고 영업관리라는 직무를 잘 알고 잘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알기에 은퇴를 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일을 하면서 내 몸에 맞지 않은 연기를 잘 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나의 일 중에 돈으로 보상이 따르는 일은 이전 회사의 계약직 일이지만 나머지 일들은 돈이 안되는 일들이다. 하지만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글을 쓴다고, 비영리 단체 실무 일을 한다고 누가 돈을 주지는 않는다. 그냥 재능기부일 뿐이다. 행정 관련 일들을 처리하고 때로는 행사의 사회도 본다. 이벤트를 준비하고 행사 후 뒷정리도 한다. 이런 일들을 왜 할까?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이런 차에 법륜 스님이 일과 보상에 대해 공감되는 말씀을 남기셨다. 코로나 이후 즉문즉설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농사일에 쓰고 계신 스님의 말씀은 이랬다.
“제가 어디 가서 강연을 해주면 몇 백만 원을 받는데도 지난 3년 동안 농사일만 했거든요. 나이 칠십에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해봐야 수입이 하루 5만 원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농사일을 하는 이유는 자기실현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실현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하는 일을 자꾸 돈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법륜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