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들은 제법 있지만 잘 되었을 때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친구는 드물다.’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머리로는 이게 아닌데 싶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런 못난 마음이 일어난다. 그런데 너무 자책할 건 아니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원시인들은 정말 먹고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약한 인간이 혼자서 사냥할 수는 없으니 여럿이서 동물을 하나 사냥했다고 상상을 해보자. 이제 분배의 문제가 남는다.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각자는 사냥 당시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아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기를 얻으려 할 것이다. 사냥감을 유인한 놈, 발이 걸려 넘어지라고 밧줄을 당긴 놈, 창을 처음으로 던진 놈 등 사냥 당시 자신의 역할을 강하게 어필할 것이다. 이때 누군가 크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에게 고기가 더 가고 자신은 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원시적 뇌는 누군가 인정받아 출세한다는 것을 내가 받아야 할 고기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러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이 참 절묘하게 인간 심리를 꿰뚫은 말이다.
들은 이야기다. 둘은 친한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졸업 후 두 사람의 진로는 바뀌었는데 한 사람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9급 공무원이 되었고 한 사람은 대학으로 진학했다. 지금에야 9급 공시를 대단하게 여기지만 때는 70년대이다. 박봉인 공무원에 비해 대학에 진학해 월급 많은 회사원이 되는 걸 선호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그 친구도 나중에 공무원이 되었다. 둘은 직급이 비슷할 때는 사이가 좋았지만 공직 경력이 많았던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점점 더 높이 올라가자 대학을 졸업했던 친구는 연락을 조금씩 피하더니 결국 소원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자신을 알리는 게 대세라지만 정말 자신 있고 가진 사람들은 굳이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신이 빌 게이츠라면 그가 걸친 옷이나 소품이 굳이 명품이 아니어도 대중 앞에 서는 것에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옷을 골라 입는 것도 귀찮아 똑같은 바지와 셔츠를 여러 벌 비치해 매일 갈아입었다고도 한다. 예전에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기를 “옷은 명품이 아니지만 인간은 명품”이라고 해서 웃었던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 되고 있다는 걸 굳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서다. 특히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중에 넘사벽이 될 정도로 잘 되었다면 굳이 자랑질을 안 해도 될 일이지만 조그만 것으로 자신을 자랑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자기보다 잘 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못났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