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마음(安心) 추구의 삶

by 장용범

추억은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대에 갔을 때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익숙했던 그곳에서 낯선 건물이나 간판을 보게 되고, 상상했던 그 사람이 백발과 주름으로 나를 당황하게 할 때 우리는 현재를 벗어나 잠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지금 출장 다니는 지역들이 내가 40대 초반까지 추억이 서렸던 곳이라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부산을 출발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경남 진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만난 두 분의 지점장은 반갑게 맞아주었고 우리는 점심 식사와 차를 함께 나누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과거를 이야기하고 지금을 비교하며 근황들을 묻는다.

두 지점장은 나의 은퇴 후 생활이 무척 궁금한가 보다. 현역 시절 서로가 일에 대한 진정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 그들에게 무엇을 감추겠는가. 지금의 업무로 출장을 여행 삼아 다닌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을 기반으로 틈틈이 작가 활동을 하고 있고 그 글들을 엮어 한 해 한 번씩은 책을 출간하려 한다. 읽고 쓰기라는 재밋거리를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정기적인 세미나 과정을 구상 중이고 대륙에 대한 끌림이 있어 관련 단체 실무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니 어느 것 하나 돈이 될 것 같지 않은지 앞으로의 벌이에 대한 질문들을 한다. 이에 대한 답변이다.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50대 후반에 그건 좀 욕심 같고 그냥 있는 것이나 요긴하게 쓸 궁리를 하고 있다. 지금 나에게 5천만 원이 더 생겼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상황에서 5천만 원의 투자 손실을 입었다면 여러모로 타격일 것 같다. 나는 지금처럼 마음 편한 게 좋다고 했더니 그제야 이해하는 분위기이다.

한 번은 유퀴즈를 보는데 월호 스님이란 분이 출연하셔서 행복을 추구하면 불행도 함께 오니 추구할 바가 못된다고 하셨다. 의아해진 유재석이 그럼 살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안심(安心)”이라는 말씀을 했다. 글자 그대로 ’편안한 마음‘이다. 공감이 된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 안심(安心)의 방법으로는 지족(知足) 만한 것도 없다. ‘지금도 괜찮다’는 말이다. 지금 나에게는 안심(安心)을 추구하며 지족(知足)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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