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자기만의 가치관과 원칙을 세우고 또 이를 지키며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나무는 가만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그런데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왜 중요할까? 시대와 상황은 바뀌게 마련이고 강한 게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게 강한 것이기도 한데 말이다. 그것은 삶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가치관과 원칙은 나만의 스펙이 된다. 물론 이런 스펙이 성공한 인생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소중한 것을 지킬 수는 있다. 바로 나의 자존감이다. <중략> 가치관과 원칙을 지키는 삶은 느리고 험한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빠른 길이다.‘ _전민경의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중에서.
오랜 기간 한 회사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동료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헤어졌지만 대부분 시절 인연들인데 더러는 길게 오래 이어지는 인연들이 있다. A는 그중의 한 사람이다. 어려운 지역의 지점장직을 스스로 맡겠다기에 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좀 더 나은 곳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하지만 집도 그 근처고 자신이 한 번 살려내겠다는 말에 해당 지점장으로 발령 내었다. 과연 그는 지점의 영업사원들을 잘 관리해 나날이 성장하는 지점으로 만들어 내었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덜커덕 익명의 투서 사건에 휘말렸다.
보험사 지점을 관리해 보면 안다. 그 안에도 온갖 질시와 갈등이 일어나고 때로는 집단행동으로 번져 해당 관리자가 해임되는 경우가 있다. 내용을 알고 보니 새로운 지점장이 잘 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영향력을 급상실한 일부 설계사들이 익명으로 투서를 냈던 것이다. 위에다 사실관계를 보고하니 그래도 잡음이 났다는 건 지점 관리를 잘못한 것이 맞고 그 지점에 그대로 두면 말썽의 소지를 남기니 다른 곳의 스텝으로 이동시키라는 결정이었다. 그렇게 회사의 결정을 통보하니 A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고 묻자 회사의 내부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마저 수용이 안 되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얘기였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일관된 주장이었다.
결국 개인과 회사의 소송이 진행되었고 몇 차례 변론도 이어졌지만 A는 승소해도 의미 없다 여겼는지 소를 취하한 후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이후 그는 한동안 어려움도 겪었으나 마음 맞는 회계사와 함께 중소기업 컨설팅을 겸하는 법인 대리점을 만들었고 지금껏 승승장구하고 있다. 회사로서는 아까운 사람 하나 놓친 셈이지만 큰 조직일수록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다. 왜? 너 말고도 사람은 많으니까. 가끔 그를 만나면 듣는 얘기가 있다. 그때 적당히 타협하자는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회사를 나와 그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겠지만 지금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인생길을 걸어간다. 어쩌면 그 속에서 자신이 정한 원칙과 가치관을 따라 뚜벅이처럼 걸어가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