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하는 일마다 수월하게 척척 성공하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은 일마다 안 되고 꼬이는 것 같다. 지나친 자기 긍정일 수도 있으나 은퇴를 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내 인생 이만하면 잘 살았다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기어이 해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별 아쉬움이 없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들을 하지만 나는 딱히 돌아가고 싶은 시점이 없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게 나의 답이다. 나는 지금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20대 때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보았다. 앞으로 뭔가를 이루고 싶었고 하려고만 하면 충분히 해낼 것도 같았다. 하고 싶은 게 많기도 했다. 지금의 시점에 돌아보면 그동안 하고자 했던 것은 대부분 이루었던 것 같다. 이것은 주위의 평가와 무관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그래서인지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성이 강한 편이다. 어떤 자신감인지 지금도 안 된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좀 무식한 말이지만 "하면 된다"라는 말이 경험적으로 수용된다. 여기에도 한 가지 전제는 있다. 먼저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도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에도 방법은 있는데 그냥 습관에다 내맡기는 것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되었고 계속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것이다. 10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수영을 좀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하필이면 그때가 11월이었다. 어지간하면 내년 봄으로 미룰 수도 있었지만 이왕 마음을 내었으니 그냥 하기로 했다. 내가 운동하는 시간은 주로 아침 시간이라 출근 전에 수영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 수영장으로 가서는 첫 수업인 6시에 강습을 받고는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11월, 12월 1월까지 이어간 새벽 수영이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헤치고 벌벌 떨며 수영장 가는 일은 차마 못할 것 같지만 그것도 습관이 되니 머리가 반응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렇게 하루를 지내면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성공도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성공도 해 본 사람이 계속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같다. 그러니 성공 경험이 적은 사람은 어떡하든 작은 성공이라도 하나 만들어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일종의 마음의 근육부터 키워야 한다. 에디슨은 백열등을 만들 때 필라멘트를 어떤 소재로 써야 할지 몰라 번번이 실패를 했다. 7,000번의 실험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자가 “또 실패했군요”라고 하자 에디슨은 “아니, 안 되는 방법을 하나 더 알아냈을 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실패는 하나의 실험에 불과했다.
이제는 은퇴도 했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인지 모든 것이 좀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진행하는 일들은 제법 있다. 은퇴자의 하루지만 참 알차고 만족스럽게 보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5월 즈음 내 이름을 건 세미나도 하나 착착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세상을 쫓아가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내가 꼭 그럴 이유가 있나 싶다.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것에는 에너지를 쏟지만 크게 상관없는 일에는 가급적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뉴스이다. 뉴스를 안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모든 인간은 결국 늙고 병들어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팩트에 자칫 인생의 허무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러니 살아있는 지금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남은 나의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된다고 생각하든 안 된다고 생각하든 언제나 당신이 옳다. 된다는 사람은 방법을 찾을 것이고 안 된다는 사람은 핑계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이왕이면 되는 게 많은 인생을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죽고 나면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몸인데 살아 있을 때 맘껏 시도하고 일이 되도록 만들어 가는 게 좀 더 신명 날 것 같다. 나는 운(運)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최소한 로또를 사러 스스로 움직였던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