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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Apr 14. 2023

노인의 삶을 미리 보다

아버지가 퇴원을 하셨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완치는 아니고 약으로 관리하며 당신의 몸을 챙기셔야 한다. 일주일 동안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며 느끼는 바가 크다. 나도 저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공허한 눈빛과 긴 하루를 보내야 하는 무료함,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없는 삶이다. 오직 매끼 식사와 약이나 잘 챙겨 드셔야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주위에선 복이 많은 노인이라고 한다. 건강한 배우자가 곁에 있고, 자식들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 인간이 살면서 딱히 추구하는 바 없이 하루하루 삶만 이어간다는 현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공허감을 주는 것 같다.

의욕이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그런데 그 의욕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결말을 미리 아는 경우이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목욕시켜드리면서 잠시 그런 감상에 젖었다. 근육이 빠져 축 늘어진 팔뚝과 허벅지, 듬성듬성 비어버린 머리숱, 틀니를 빼고 히죽 웃으면 모양도 우스꽝스러운 한 노인네가 나의 아버지였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목욕탕 가기가 정말 싫었다. 손의 힘이 얼마나 센지 등을 밀면 아파서 온몸이 뒤틀리곤 했는데 이제 그런 힘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생(生) 하면 노병사(老病死) 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아무리 큰 권력을 누리고 재벌 회장이라고 해도 이 길은 피할 수 없다. 아침 헬스장 샤워실에서 문신을 화려하게 한 청년의 등을 몬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저 탱탱한 피부가 탄력을 잃어 축 늘어졌을 때 저 문신 자국은 얼마나 추할 것인가를 그려보았다.

11만 2,000톤과 6만 9,000톤이라는 통계수치가 있다. 2021년도 국내 성인용 기저귀와 유아용 기저귀의 생산, 수입량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인용 기저귀가 많다. 노인이 되면 괄약근의 수축 조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몸속의 배설물이 흘러나온다. 나는 아닐 것이라고 외면하고 싶지만 이게 현실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앞으로 27년 후, 나 역시 지금의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일까? 공허한 눈빛, 무료한 일상, 축 늘어진 팔뚝과 허벅지 살 그리고 수시로 오줌을 지려 기저귀를 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성인용 기저귀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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