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대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by 장용범

첫째, 풍부한 경험과 암묵지

지금 5,60대라고 하면 대부분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세대들이다. 그런데 이들 세대가 겪은 경험들은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만큼이나 풍부하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전후 복구 시기에 태어났으니 어떤 이들은 먹을 게 없어 물 한 바가지 먹고 학교에 갔을 것이고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 태어난 이들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불과 70년 만에 전쟁의 폐허에서 반도체를 만들어 내고 달에다 로켓까지 쏘아 올린 나라이다. 비록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이 경험치도 정말 대단하다. 이런 경험들은 정말 훌륭한 콘텐츠이다.

둘째, 처음으로 풍부해진 시간들

5,60대는 이제 경쟁 사회에서 물러나는 세대이다. 회사에서 강한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이제 물러날 사람이 너무 설친다는 소리를 듣고 은퇴를 했다면 매일 아침 갈 곳이 없어 아내의 눈칫밥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만나면 오늘 점심값은 누가 내는지 서로를 살피고 그렇다고 동네 경로당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 세대이다. 지금까지 시간에 쫓겨 경쟁 속에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내 주변이 순식간에 적막해진 느낌도 든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 돈만 있으면 준비를 다 했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이 인간은 먹고사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는 실존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셋째, 콘텐츠는 미래 산업

2023년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이다.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는 사람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식당의 주문과 서빙도 로봇이 하는 시대이다.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세 가지 큰 방향이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만들거나 각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골드칼라가 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일이 너무 단순해서 로봇을 들이는 것보다 사람의 손을 쓰는 게 더 싸게 먹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콘텐츠 산업에서 미래의 일을 찾을 수 있다. 지금도 다른 산업들에 비해 나날이 성장하는 게 콘텐츠 산업이다. 콘텐츠는 무엇보다 개인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중요하다. 그리고 맘 먹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을 뿐 5,60대는 살아온 세월만큼 충분한 콘텐츠를지니고 있다. 얼마나 다이나믹한 대한민국에서 살아왔던가? 그리고 그 콘텐츠는 뒤를 이은 세대에게 여전히 따끈따끈한 내용들이다. 어쩌면 챗 GPT를 활용해 영어로 번역해서 전자책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게다가 IPO(지적재산권)은 새로운 재산 수단이며 강의나 세미나는 콘텐츠의 확장된 형태이다.

5,60대는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글이든 영상이든 한 인간이 세상에 살다간 흔적을 남길 방법은 콘텐츠밖에 없다. 그리고 글쓰기는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다.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매일 한 줄이라도 글을 써서 블로그에 공개로 올리면 된다. 이를 부끄러워 말자. 세상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꾸준함이 이어질 때 세상은 주목한다. 그리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면 또 어떠랴. 5,60대는 이제 남에게 인정받는 것에 연연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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