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 일어난다. 너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 말을 처음 접하고 여러 번 되뇌다 그냥 접수하기로 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괴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무엇보다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굴러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인과의 원리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나에게 달려있다. 지금 앞에 놓인 길이 자갈밭이라면 그 자갈밭을 아스팔트로 포장해서 가는 법도 있겠지만 튼튼한 신발 하나 장만해 걸어가는 법도 있다. 전자는 많은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이지만 후자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다. 튼튼한 신발 하나 장만하는 것이 지금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다.
‘Connecting the Dots’는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일들을 겪는다. 대부분은 일상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다. 그런데 어떤 일상은 인생 전체로 볼 때 무척 중요한 경우도 있다. 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나 일들을 떠 올려 보고 그들이 나에게 다가온 시작을 회상해 보자. 대부분 그 시작은 정말 사소했던 경우가 많았다.
오늘 유정미 작가의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책을 펼쳤다”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동아리 회장직을 맡아 회원들에게 매일 글쓰기를 재촉하는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우리 모임이 700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각자의 책을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고 출간 지원자들의 일정 관리를 빡세게 했었다. 덕분에 대부분 책을 출간하는 성과를 내었고 우리는 각자의 책을 들고 제주도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 후 일부 회원들은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고 출간하기도 했고 스스로 독립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 유정미 작가도 그중 한 분이었다. 누군가의 책에 내가 관여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유 작가는 당시 그 프로젝트를 잘 소개해 주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다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최소한 지금과 다른 변화를 원한다면 나의 행동부터 달라져야 한다. 회원들의 책 출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은 나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작년 말 은퇴를 하며 앞으로 할 일 중에 다소 막연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일의 의미를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때를 돌아보면 그 사건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회원들의 출간 프로젝트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시대를 참 잘 타고났고 시의적절한 선택을 해온 것 같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해왔던 일이 글쓰기였고 은퇴를 한 이 시점에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읽고 쓰는 리터러시 관련 일이다. 지금은 온라인 마케팅을 접목해 이 일을 확장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직업을 만드는 것을 창직이라고 한다. 스스로 직업을 하나 만들어 본다. ‘나도 작가 교실’의반장. 다음은 나의 창직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