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용범 Jan 09. 2021

058. 전쟁 중에는 울음이 없다

이건 분명 거품이다. 거품이 분명한데 점점 부풀어 오른다, 지금의 주식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8일 주식시장은 3152로 장을 마감하였다. 지금은 청소년도 용돈을 모아 주식시장에 뛰어든다는 말이 있다.  이럴 때 큰 손들은 조용히 주식시장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빚을 내어서라도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럴 상황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눈만 뜨면 오르는 시장을 차마 외면하지 못함이다. 며칠 전 다른 회사 금융 쪽에 있는 후배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여운을 남기는 말이 있었다. ‘전쟁 중에는 울음소리가 나지 않으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집집마다 곡소리가 넘쳐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상황이 긴박할 때는 나 살기에 바빠 옆의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긴박한 상황이 지나고 나면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는지 그제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딱 그러하다.

어제 퇴근길에 집 주위의 맛집이라 알려진 곱창집에 포장 주문 전화를 했다. 저녁에 가족들과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40분 후에나 오라고 했다. 잘 되는 집인 건 맞는데 꽤나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버스에서 내려 그 집을 찾아갔다. 홀에 있는 손님보다 더 많이 포장된 도시락과 대기하는 사람들, 전화주문으로 그야말로 주인장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좀 기다렸다 주문음식을 들고 나오는데 조금 더 걸어 나오니 얼마 전 개업했던 한 치킨집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같은 자영업인데 너무도 대조되어 인상이 깊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잔뜩 부풀려진 저 많은 돈들은 다 어떻게 될까. 정부는 다시 3차 재난지원금을 풀 예정이다. 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레이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 돈이 정말이지 너무 풀렸다. 그것도 자산부문에 쏠림 현상이 심하니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었고 자영업자들도 잘 되는 사람들이 더 잘되는 상황만 연출되고 있다. 내가 기업의 대주주라면 이 기회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차익을 실현할 것 같다. 마치 공장은 멈춰 섰는데 회사의 주가만 치솟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사람들은 지금 코로나라는 전쟁 중에 있고 같은 직장인이라도 대기업이나 정부 공기업의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시나리오를 하나 떠올려 본다. 정부는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을 다시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위기에 픽픽 쓰러지는 서민경제 지원을 위해 돈을 더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즈음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현금으로 쥐고 있기보다는 부동산이나 대기업, 공기업 주식 또는 금을 보유하는 게 차라리 더 안전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왠지 지금의 돈은 그냥 인쇄된 종이에 불과할 것 같아서다. 좌파정권은 복지 정책으로 서민을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부자를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상황과 너무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전쟁 중에는 울음이 없지만 전쟁이 끝나면 집집마다 곡소리가 넘쳐난다던 후배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 057. 인간은 스스로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