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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10. 2021

059. 화상회의 잘하는 법

대학원 신입생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원우 회장직을 맡고 있다 보니 한 시간 정도 원우회 시간을 맡아 진행했다. 재학생과 신입생, 교수진들까지 접속하다 보니 인원이 대략 50명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그간의 경험상 이 정도 인원이면 온라인 회의는 TV처럼 전달의 기능만 있을 뿐 쌍방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아는데 공로상 시상식과 신입생 가운데 차기 임원단을 구성하라는 미션까지 주어진 터라 이게 잘 진행될까 싶었다. 아무튼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마치고 나니 완전 녹초가 된 느낌이다. 코로나 이후 화상회의나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이 방식에 대한 적응이 부족한 것 같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팁을 남겨 본다.

1. 사전 준비
가. 옷차림과 얼굴
온라인 미팅도 엄연한 면대면 만남이다. 다만 화상으로 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다 금방 일어난 듯한 부스스한 머리나 얼굴, 어질러진 집안의 모습, 수시로 들려오는 가족들의 소음 등은 그간 상대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어제는 행사 진행을 맡은 터라 집안에서 정장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려니 가족들이 재미있어한다. 사실 정장이라지만 위에만 정장이고 아래는 체육복 차림의 내 모습이 재미있게 보이긴 했을 것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메이커업도 하지 않고 흐트러진 머리에 체육복 차림으로 앉아 있다면 어떨는지 상상해 보라. 화상회의 때 카메라 앞에 앉은 자신의 모습이 최소한 어떠해야 할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나. 촬영 장소
집안의 조용한 장소가 좋고 어느 정도 깔끔해야 한다. 적어도 화면이 비치는 장소만이라도 깔끔한 게 좋은데 집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면 온라인 상의 가상 배경을 하나 설정해 두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가상 배경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어 상대에게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가능하면 집안의 깔끔한 배경을  상대에게 보여주어 자신의 호감도를 올리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아 보인다.
다. 소음 차단
가족들에게 온라인 미팅 시간을 알려 잡음이 들어오지 않도록 사전 양해를 구하고 전화기의 경우도 무음이나 비행모드로 두어 회의가 방해받지 않도록 준비한다. 가끔 가족들의 목소리가 여과 없이 들어와 프라이버시가 노출되기도 하는데 특히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라. 조명과 카메라 배치 
사전 카메라 테스트를 거치며 나의 조명 상태를 점검하고 화면에 비치는 적정한 내 모습을 잡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조절해 본다. 카메라와 마이크 상태의 사전점검은 너무도 당연하다
마. 자료 준비
내가 진행자라면 사전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화면에 자료를 띄울 건지 얼굴을 띄울 건지 정하고 자료를 띄운다면 가능하면 타이틀 위주로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파일로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시간계획에 대한 구성을 잘 짜야한다. 온라인은 집중도가 떨어져 장시간 진행은 무리다. 그런데 어제의 오리엔테이션은 학교에서 두 시간을 이미 진행하고 바통을 이어받은 터라 더욱 부담되는 시간이었다. 가능하면 다른 날로 하자고 했지만 결국 그대로 강행되어 더욱 힘에 부쳤던 것 같다. 게다가 화면 진행 권한을 받아 와야 하는데 권한은 조교가 가지다 보니 화면 넘김도 매끄럽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2. 온라인 미팅 진행
가. 소음 차단
가능하면 발표자 외의 사람들은 마이크를 꺼두어 다른 소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질문시간은 별도로 두는데 질문도 손을 들게 하거나 채팅창으로 받는 식으로 하여 가능하면 소음을 차단하도록 한다
나. 카메라 보기
본인이 발표를 할 때는 모니터를 보지 말고 카메라를 보아야 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발표를 하면 상대에게는 발표하는 사람이 엉뚱한 곳을 보고 혼잣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앞의 카메라를 내 말을 듣는 상대라 생각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다. 휴식시간 
온라인이지만 엄연한 회의이고 세미나이다. 적절한 휴식시간의 안배가 중요하다. 휴식 중에 진행자는 배경음악 등을 깔아 두거나 자신의 카메라를 오프 시키는 게 좋다. 그러지 않으면 참여자는 어쩐지 회의가 계속 진행된다는 느낌이 든다.
라. 진행시간
온라인 미팅은 경험상 1시간 이내가 적당하지 그 이상은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진행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것이다. 상대가 지나치게 말이 많거나 횡설수설하는 경우는 적절히 시간 조절을 해야 한다.

3. 온라인 미팅 이후
가. 전화통화
사실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고 해도 TV 프로를 본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미팅 후 주관자가 참석자들에게 전화를 한 통씩 돌리는 거다. 이 효과는 방금 본 방송의 주인공이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한 느낌도 없지 않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회의 결과 상대가 취할 행동을 재차 언급하는 것도 좋다. 진행 중 말을 잘랐다면 약간의 양해도 구한다. 이 방식은 화상회의지만 일을 진행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나. 회의록 정리 및 공유
온라인 회의 후에는 회의 내용을 즉시 정리하여 당일 중 공유하는 게 좋다. 온라인 회의는 특히 휘발성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이 후속조치가 무척 중요해 보인다.

4. 마무리
여러 온라인 회의나 세미나를 거치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니 그간 놓쳤던 점도 제법 보인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시대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인다. 앞으로 화상으로 비대면 미팅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 분명 대면회의와는 다른 점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온라인 회의를 하면서도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은 역시 만나서 오감으로 대화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다. 코로나 이후 일상의 회복이 하루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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